9월 12일 방송분

아이들 신발이 많이 낡아져 가까운 신발가게로 향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맞는 신발을 고르고 있는데, 가게 점원인 듯, 꽃 미남 총각이 다가와 “어머님, 신발 사시게요? 가을인데 멋진 구두 한번 보시겠어요?” 하더군요. 저는 무심코 제 신발을 내려다봤죠. 집에서 무작정 끌고 나온 샌들이 무척 초라해 보였죠. 그 점원 눈에도 아이들보다는 후줄근한 제 신발이 먼저 눈에 띄었던 모양입니다. 아이들 걸 보여달라고 하자, 그제야 알았다는 듯..미소를 지어보이더군요. 작은 아이에겐 제법 가벼워 보이는 신발을 신어보라고 했더니, 맘에 들지 않는다며 캐릭터신발을 고집하더군요. 할 수 없이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자, 만지작거리며 좋아하는데 그 모습을 보니.. 문득 어렸을 때 일이 떠올랐죠. 앞 코에 장미무늬가 새겨진 검정 고무신을 신고 다니던 저는 친구 미영이의 빨간 구두가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미영이는 부잣집 딸이어서 신발은 물론, 가방도 언제나 예쁜 걸 가지고 다녔는데요. 그게 부러워 형편도 모르고 엄마를 졸라대면, “귀찮게 하지말고 저리 가...먹고살기도 바쁜데.....신발이 무슨 대수야...”하시곤했죠... 그래도 빨간 구두가 신고 싶었던 저는 어느 날 작정을 하고, 그 얄미운 검정고무신을 가위로 살짝 잘라버렸습니다.. 그리곤 냇가에서 놀다 돌에 찢겨졌다고 하면, 엄마가 믿어줄 거라 생각했죠. 저는 그 고무신을 들고,“엄마, 고무신 찢어졌어..인제 빨간 구두 사주세요....”하며 엄마얼굴에 신발을 들이밀었죠. 그러자 엄마는 왜 멀쩡하던 고무신이 찢어졌느냐며, 글쎄 검정 실로 꿰매신다는 게 아니겠어요~!! 엄마의 황당한 발언에 싫다고 울며불며 소리쳤는데..이미, 고무신은 꿰매진 상태였습니다. 결국 저는 한동안 비 오는 날이면, 빗물이 새 들어와 뻑뻑 소리가 나던 꿰맨 고무신을 신고 다녀야 했구요...명절이 되어서야 드디어 구두를 신을 수 있었는데, 그때의 일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감동적인 기억으로 남아있죠. 새 신발을 신고 좋아하는 아이들이 그때 제 맘 같지는 않을지라도 훗날 지금의 순간들을 기억할 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아련하고 애틋하지는 않더라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길 소망해봅니다. 익산시 송학동 임서윤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