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부모님이 계신 무주에 다녀왔습니다..
일찍이 저녁식사를 하고, 아버지..아들과 함께 산책을 다녀왔죠.
여기 저기서 가을 냄새가 느껴졌습니다..
세 살짜리 아들 재잘거리는 소리에, 아버지는 시간가는 줄 모르셨고,
저도 오랜만에 시골의 가을 풍경에 흠뻑 빠지고 말았죠.
그리고 어둑어둑 해질 무렵 집에 들어왔는데...
멀쩡하던 아내의 눈빛이 어째 심상치 않더군요.
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죠. 혹시라도 깐깐한 어머니께 꾸중이라도 들었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오히려 아내에게 밝은 미소를 지어보이시는게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죠..
무슨 일인지 궁금했지만 아내는 부모님 때문인지, 이유는 말하지 않고..
집에 오는 다음날까지 절 차갑게 쏘아보더군요..
그렇게 집에 오는 동안에도 말 한마디하지 않고,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창 밖만 응시하던 아내..
드디어 집에 도착했고, 꽉 닫혀 있던 아내의 입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자기...나한테 속인 거 있더라.....”
느닷없는 아내의 말에 어안이 벙벙했죠.. “무슨 얘기야?..”
“어머니가 그러시는데, 동네 아가씨들이 온통 다 자기를 좋아했다며...
그뿐만 아니라 대학시절에도, 툭하면 아가씨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던데...
나한테는...다 내가 처음이라고 하지 않았어?............”
변명 한마디 할 겨를도 없이 아내는 쏟아내더군요.
어쩜 어머니께서 아들 가정의 평화를 생각하신다면, 그런 과거를 다 털어놓으실 수 있는지...
아내가 어머니께 용돈 봉투를 드리면서..지나가는 말로, 질문을 했던 모양인데..
그 용돈 봉투에 마음이 녹아버리셨는지....봇물 터지듯, 제 과거를 낱낱이 공개하셨던거죠
철없던 시절 얘기라며 달래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내는 지금 벌써 며칠 째, 냉전중인데..어떻게 달래줘야할지 모르겠네요.
어머니가 좀 원망스럽고, 제 과거가 싫어지는 요즘입니다.
오늘 참여해주신
전주시 우아동 이윤호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