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 방송분

2002년 1월, 첫 아이를 낳았습니다. 아이를 낳으면 대부분 친정엄마가 몸조리를 해주시지만 저는 친정엄마, 시어머니...모두 계시지 않았기에 몸조리를 남편이 대신 해주기로 했죠.. 몸조리를 잘해야 나이 들어서도 삭신이 안 쑤신다는데, 걱정스러웠지만 큰소리를 치는 남편 덕분에 제 불안한 마음은 좀 진정이 되더군요. 그런데..평소 주방 출입은 하지 않던 남편..마누라가 해주는 밥상이 최고다 여기던 사람이 미역국은 잘 끓일 수 있을까 걱정이 됐죠... 주방에서는 남편이 뭘 그리 거하게 차리는지 도마에 칼 집내는 소리, 냄비 부딪히는 소리.. 그야말로 사물놀이 공연이 따로 없을 만큼 요란하더군요. 미역국 한 그릇이면 되는데..뭘 그리 준비하나..싶은 생각에 약간은 기대도 됐죠.. 그런데..잠시 뒤...밥상이 들어왔고, 실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기 한 점 없는 멀건 미역국에, 뜸이 들다만 듯 꼬꾸라지는 밥알들까지.. 역시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 없다고, 소리만 요란했던 겁니다. 그래도 차려온 성의를 봐서 우선 수저를 들었는데...... "윽~!!!이거 맛이 왜이래? 설마...고춧가루까지 넣은 거야?" 의아한 듯 한 표정을 짓는 남편이 안타깝다 못해 얄밉기까지 하더군요. 너무 맛이 없어 눈물이 다 나게 하던 미역국...... 불리지도 않은 미역에, 낚시질 할 것 하나 없이 공허한 미역국을 그렇게 장장 보름을 먹어야 했죠. 그 이후....지난 6월, 우리 둘째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이번에는 한 2주 동안 산후조리원에서 몸조리를 했는데요. 역시, 퇴원해 집에 오자마자..남편은 자기가 미역국을 끓여주겠다며 소란을 피우더군요. 첫아이 때의 악몽이 떠올라 말리고 싶었지만, 많은 연습과 단련을 마쳤다는 남편.. 한 번 맡겨보기로 했죠.. 그런데.....정말 한결 나아진 남편의 미역국..경험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죠... 지금은 어느 정도 회복이 됐고..저를 위해 몸조리 해주느라 정성을 다한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네요..앞으로도 우리 세 식구..아니 네 식구.. 행복한 밥상 맞이할 수 있도록 저 또한 노력할 겁니다. 익산 영등동 서은선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