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7일 방송분

비 내리는 여름날엔 칼국수가 제격이라며... 멸치국물에 호박, 감자 넣고... 청양 고추 송송 썰어 구수하고 걸쭉한 칼국수를 만들어 냅니다. 그러면, 어느 때보다 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저녁상 앞에 앉는 우리 부부... 국수는 어떤 종류든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사시사철 콩국수, 막국수, 칼국수, 비빔 국수, 잔치 국수..등등 해먹고 있는데.. 덕분에 저는 국수 전문가가 되었죠.. 그런데 엊그제는 뜨거운 칼국수를 호호 불어 입에 넣자....... 갑자기 가슴이 콱 막히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더군요.. "이 사람이 국수 먹다 말고 왜 울어??" 의아한 눈빛으로 들여다보는 남편에게 눈을 흘기며, "울긴..왜 울어요~~!!" 했지만,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닦아 가며 칼국수를 먹어야 했죠... 장마가 시작되던 작년 여름...하늘나라로 주소지를 옮겨가신 친정 아버지가 너무도 좋아하시던 칼국수.... 그런 아버지가 저녁에 수박 한 덩이를 사들고 퇴근하신 후, 등목으로 땀을 식히기 무섭게 해먹자 하시던 칼국수... 저는 화들짝 놀라 못 들은 척 하고 싶었지만, 힘든 반죽은 늘 큰딸인 제가 맡아 해야했죠. 한참동안 반죽을 치대고 나면, 손톱 가장자리에 붙어 있던 밀가루 흔적이 창피하다며 투덜투덜거리기 일쑤였는데요. 그래도 우리 딸이 반죽을 하면 국수가 더 맛있다며 칭찬으로 달래 주시던 아버지를 그때는 왜 그리도 원망했었는지요.. 결혼해서는 절대 칼국수는 먹지 않으리라 맹세했을 정도였는데.. 무슨 팔자인지 아버지 보다 더 국수를 좋아하는 남편을 만나.... 지금까지 머리카락이 하얀 서리가 앉도록 반죽을 밀며 살고 있네요. 이제는 끓여드릴 수 없는 칼국수 한 그릇에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가슴시린 그리움이 밀려옵니다. 제 나이도 마흔을 훌쩍 넘겼지만, 마음은 어린애처럼 늘 부모님이 그립네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라고..그래서 국수 좋아하는 남편을 제 곁에 두고 있나봅니다. 익산시 모현동 김윤해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