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을 당하고 나서....

우선 웬만하면 당할 수 밖에(그들의 뜻대로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거액을 송금하고 땅을 치는 사람들을 봤을때 속으로 '얼마나 맹하면 그렇게 당하냐?' 라고 생각했었는데 세상이치에 어둡지 않고 IQ도 다소 높고 눈치도 빠른편에 속하는 나도 잠시 농락당했습니다. 우선 사무실 전화벨이 울립니다. 발신자 표시창에 020000000 이란 번호가 찍힙니다. '이상한 번호네' 전화를 받습니다. 저편에서 기계음이 울립니다. "안녕하십니까? 대법원입니다. 귀하께서는 8월 10일 10시 대법원에 출두하지 않으셨으므로 다시한번 통지 하오니 8월 21일 10시까지 출두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자세한 내용을 듣기 원하시면 9번을 눌러주십시요". 이쯤되면 죄(거기 불려갈만한 죄)없이 사는 사람도 '황당만땅'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9번을 누르니 114아줌마 또는 아가씨들보다 예쁘지 않은, 엄청 사무적인 목소리가 튀어나옵니다. '진짜 법원직원이 이럴 것 같음' "우선 본인확인을 위해서 주민등록 앞자리를 불러주세요" 걍 불러줌(앞자리만) "잠시만요 조회중입니다..........." "귀하께서는 피해자 이십니다" 햐 이대목에서 뻑 갑니다. 그러면 그렇지 내가 뭔잘못을 했을라구...... 이쯤되면 긴장이 확 풀리고 제3자의 입장이 되어버립니다. '흠... 날뜨거운데 서울까지 갈일은 없겠군' 이런 생각과 함께............................................... "자세한 사항은 서울검찰청 경제수사계 아무개가 5분 이내에 전화 드릴것이므로 전화를 사용하지 마시고 대기하여 주십시요" 잠시후 전화가 울립니다. 발신자 표시창에 03875359 속으로 '참 얘들은 희한한 번호를 쓰는구나. 보안때문에 그런가' 나름 머리를 굴리며 전화를 받습니다. 고녀석 말 즉슨 이번에 국제사기집단을 검거 했는데 돈세탁을 목적으로 수백명의 계좌를 개설해서 돈세탁을 했는데 그 계좌중에 내것도 있었고 3천7백만원이 입출되었다는 것입니다. 난 그런사실은 전혀 모른다고 했습니다. 고녀석 왈 "몇가지 확인할 사항이 있으니 성실하게 답변하여 주십시요" 여기서 매사에 철저한 내가 물었습니다. "혹시 통화중에 전화 끊길때를 대비해서 직통전화좀 알려주시죠, 성함하고요" 고녀석 "공이 일팔일팔 이팔, 십팔십팔이팔이요" 하면서 전화 뚝. 띠 띠 띠------- 순간 멍해지더군요. 머리속에서는 평소386 수준에서 슈퍼컴퓨터급으로 프로세싱 슈슈슈슉-------- 물론 모든 번호는 없는번호였고 보이스피싱에 실패한 그녀석은 나에게 마지막으로 욕설을 했던겁니다. 조심들하세요. 이들의 작업은 물론 헛점투성이 이지만 그 사실을 알아차렸을땐 이미 늦는다는것이 문제죠..... 112에 신고했더니 방법없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