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들뜬 목소리의 남편 전화를 받았습니다.
“여보! 나, 9월부터 집 근처에서 근무하게 될 것 같아..”
“그래?........정말?..... 잘됐네~~~”
결혼 28년차, 중년 부부...우리는 주말부부로 10년을 넘게 지냈습니다..
오가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다, 일이 많아..
2주 이상 집에 오지 못할 때도 많았던 지난 시간...
그렇기에...얼마나 기다렸던 말인지..
또 얼마나 듣고 싶었던 말인지 알면서도.....전화를 끊고 나니, 오로지 기쁘지만은 않더군요.
뭔가가 무겁게 다가오는게..이 불량한 심보는 뭔지..
그동안 혼자서, 제대로 챙겨먹지도 못하는 남편을 생각하며
얼마나 안쓰러웠는지 모릅니다..
한편으론 과부도 아니고, 늘 모든 일을 혼자 다니며 처리해야했던
자신이 처량해 괜히 남편을 원망한 적도 많았죠..
하지만, 가족을 위해 애쓰는 남편을 생각하면 그런 투정도 사치라 생각했습니다..
그랬던 나인데...막상 집 근처로 발령을 받았다니, 덜컥 겁부터 나더군요..
그동안 혼자 살아오다 보니, 그 생활에 나름대로 익숙해진 거죠..
사실, 그동안 남편 부재 덕에 너무도 편히 지낸 것 같습니다..
젊었을 땐 남편 귀가 시간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며 살았는데..
아이들도 이젠 자기 앞가림하고..저 또한 친구들 만나 바깥모임, 사회활동 하다보니..
세상엔 배울 것도, 관심거리도 참 많더군요..
그런데 혹 이런 자유가 사라지진 않을까...솔직히 반가운 이면에, 걱정이 앞서는게..
이런 제 이기심... 한없이 남편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남편이 오면, 젊은 사람들처럼 함께 장도 보고... 심야극장에도 가봐야겠습니다
또 정성스럽게 와이셔츠도 다리고, 신혼 때처럼 아침마다 출근 배웅도 할겁니다...
제 2의 신혼 계획을 잘 짜봐야겠습니다..
충남 보령에서 김해윤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