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은 30년을 함께 살아온 아내의 생일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간단히 외식하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했죠..
그런데....이번 생일은 살갑게 챙겨주던 딸도 결혼을 해 멀리 부산으로 갔기에..
허전해하는 아내를 위해 뭐라도 해줘야할 것 같더군요..
딸도 자기 몫까지 대신해 멋지게 축하를 해줘야한다며 부담을 줬습니다..
더욱이 지난 달, 딸 생일에 사위가 대단한 이벤트를 해 준 모양인데..
딸애가 아내에게 시시콜콜 자랑을 늘어놓으니...내심 부러운 듯 싶더군요...
그래서...처음으로 미역국을 한 번 끓여보기로 결심했죠..
조리법을 뒤적여 보니, 별거 아니더군요..
그렇게 해서, 생일 전날...미역과 쇠고기를 몰래 사들고 집에 도착했고....
새벽에 조심조심 일어나 미역국을 끓이기 시작했죠..
헌데...문제는 마른 미역을 어느 정도 불려야 하는지 몰라,
일단은 한 봉지 모두 물에 불렸죠..
그리고 소고기를 함께 넣어 끓이기 시작했는데....
잠시 뒤...냄비가 넘치기 시작하는데...글쎄, 끓이기 전에는 얼마 되지 않던 미역이
왜그렇게 많이 불어났는지....몇 배로 불어 밖으로 탈출을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냄비란 냄비는 모두 꺼내 미역을 나눠 담았죠.
그런데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깬 아내가 깜짝 놀라 저를 바라보더군요..
주방에 있는 제 모습이 어색하기도 했지만, 혹 잘못 끓인 미역국으로 핀잔을 받진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데..의외로 아내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더군요.
맛은 둘째치고 결혼해 30년을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다며....
감동에 찬 눈빛을 보냈습니다. 순간, 어깨가 으쓱해지더군요..
그렇게 제가 끓인 미역국은 질리도록 사흘 간 먹어야 했지만,
아내에게 톡톡히 점수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내를 감동시키는 방법..사실 너무도 사소한 걸..그리고 살아가면서 가끔 이런 이벤트,
꼭 필요한 양념이란 걸 깨닫게 됐죠..
전주 서신동 신성현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