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 방송분

여름방학을 맞은 아들과 함께 모처럼 가까운 바닷가에 다녀왔습니다.. 바깥출입을 싫어하는 아내....얼마만의 가족 나들이인지... 아내를 위해 미리 신발도 닦아놓고, 카메라도 찾아뒀죠. 아내는 아무렇지 않은 듯, 지팡이를 짚고 앞장서 나가는데... 그런 뒷모습을 보니, 마음 뿌듯하면서도 측은한 생각에 콧등이 시큰해졌습니다... 산행을 즐겨했던 우리 부부... 5년 전, 함께 산에 갔다 그만 뱀에 물린 아내...적절치 못한 응급처치로 다리를 절단해야만 했죠. 그 다리대신 뻣뻣한 의족이 아내를 지탱해줬지만, 대신 외출도 싫어하게 됐고.. 일절 치마는 입지 않았죠.. 일부러 저는 “당신은 치마가 참 잘 어울려..” 하며 너스레를 떨어보기도 했지만.. 아내는 두껍고 칙칙한 바지만을 고집해왔습니다.. 그런데 그 날은 웬일인지 폭 넓은 치마에 운동화를 신었는데, 꼭 연애시절 아가씨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더군요.. 긴 생 머리에 유난히 뒷모습이 예뻤던 아내.. 그렇게 한참을 따라다닌 뒤에야 얻을 수 있었던 마음이었는데.. 그 도도하던 사람이 왜 저렇게 위축됐나 싶은 게 마음이 참 아팠죠.. 혹여 그동안 다른 마음을 먹으면 어떡하나.. 노심초사하기도 했고... 하지만, 잘 버텨준 아내가 고맙기만 합니다.. 치마 입은 엄마 모습이 좋아 보였는지...삥긋삥긋 웃기만 하는 아들.. 정말 예쁘다고, 한마디만 해주면 좋으련만...표현 잘 못하는 건 꼭 저를 닮았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용기 내어 입은 치마가 맘에 들었던지, 아내는 근처 공원에 들렀다 가고 하더군요.. 한 손은 아들의 손을 맞잡고, 다른 한 손에는 지팡이를 들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도 정겹고, 아름다워 지나가는 연인에게 사진 한 장을 부탁했죠.. "참, 보기 좋네요~~*^^*" 사진 찍으며 덕담까지 잊지 않았는데요.. 가슴속으로 뜨거운 뭔가가 밀려오면서...이런 게 행복이구나 싶더군요. 불편한 몸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삶에 최선을 다해준 아내.. 그런 위대한 사랑의 모습을,, 이제는 제가 더 드러내주면서 열심히 살거라 다짐합니다. 익산시 송학동 정문호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