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얼마 전, 일어났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가 저녁식사를 하고 난 후, 뭔가를 꺼내 가지고 와 읽더군요.
“자, 지금부터 시험성적 발표를 하겠습니다. 국어 74점, 영어 76점, 수학 42점!!”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용수철 뛰듯 전 벌떡 일어났죠..
“뭐?....42점? 너 학원까지 다니면서 공부를 하는 거야 마는 거야?
엄마는 너 만할 때 밥하고, 청소하고...학원 근처도 못 가봤지만
80점 이하는 맞아본 적이 없다.. 발가락으로 시험을 쳐도 그 보다는 낫겠네~~!!”
형편없는 수학 점수에 혈압이 올라 한바탕 쏘아댔죠..
그런데..빙긋이 웃으며 여유까지 보이는 딸아이..마치 저를 비웃는 것 같아 더욱 화가 나더군요..
“엄마 참으세요. 이 점수는 엄마 고등학교 적, 기말고사 점수예요.”
제 점수라는 말에 깜짝 놀라 그 노트를 뺏어들고 보니,
여고 때 일기장이었습니다.
빛 바랜 앨범에 꽂아뒀었는데..어떻게 딸의 손아귀에 들어갔는지....
딸아이의 국어, 영어 성적은 그런 대로 만족할 만 했는데..늘 수학성적이 좋지 않아
학원을 보내며 닦달을 했었죠..그러면서 항상....“엄마는 80점 이하로 맞아본 적이 없어요!!~~”
입버릇처럼 큰소리 쳤었는데...이일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갈등이 생기더군요.
예상치 못한 상황에 평생 딸에게 약점 잡히겠더라구요.
그래서 그때는 시험이 많이 어려워 42점도 상위권이었다고 변명했는데요.
딸아이는 아주 여유있는 미소를 지으며..알았다더니,
아빠에게 그렇게 전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동안 딸과 남편에게 큰소리 땅땅 치며 살았던 걸...잊지 않았던거죠..
겨우 달래놓기는 했는데...그 사건이 있은 후로는 공부 하라는 말은 반으로 줄었고,
일기장은 회수해 저만이 아는 곳에 다시 보관하고 있습니다.
딸아이만은 공부를 잘 했으면..했던 마음....이런 걸 자업자득이라고 해야 하나요?
전주 인후동 오순정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