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7일 방송분

저는 전형적으로 가부장적인 집안의 장남으로, 어려서부터 설거지는커녕 집안 일이라고는 당연히 안 하는 걸로 알고 자라왔습니다. 식사를 할 때도 늘 할아버지, 아버지와 겸상을 했죠. 그런데 이건 우리집만의 규칙일 뿐, 다른 집안과는 관계가 없다는 걸 바로 처가에 인사드리러 가던 날 알게 됐죠.. 첫 식사를 하고선 당연히 뒤로 물러나 앉아 있었죠.. 헌데, 처남들과 장인어른이 일어나셔서는 상을 치우기 시작하는 겁니다.. 장인어른은 그릇들을 챙겨 한쪽으로 챙겨주시고, 큰처남은 싱크대로 옮기고, 작은처남은 너무나 자연스레 설거지를 시작하는데.... 도대체 그 상황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며.. 또 제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 수가 없었죠.. 아내와 장모님은 과일을 깎으며 그냥 앉아 계셨고, 세 남자는 일어서서 분주히 뒷정리를 하고 있는데.. 우리집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걸 보면서 깜짝 놀랐지만...태연한 척 하려 애를 써야만 했죠.. 처가는 집안 일에 한해서 남자, 여자 구분이 없는 초현대식 가정이었던 거죠. 식사준비는 여자들이 했으니, 뒷정리는 남자들이 하는 거라며 너무나 당연한 듯 말씀하셨습니다.. "자네도 결혼해서 집안일 잘 도와 줄 수 있지?" 라고 물으시는 장인어른께.. "물론이죠.. 다음엔 제가 설거지를 하겠습니다 " 하며 대답하고 말았죠. 결혼 후, 저는 두 집안의 법에 따라 본가에 갈 때와 처가에 갈 때.. 너무나 다른 두 집안의 분위기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신을 하게 됐죠.. 본가에 갔을 때는 아내의 따가운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엉덩이를 방바닥에 딱 붙이고 있어야 했구요. 처가에 갔을 땐, 이리저리 치우며 돕느라 엉덩이에 불난 사람처럼 바쁘게 움직여야 했는데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저 잘하고 있는 거 맞죠~~! 오늘 참여해주신 전주 서신동 최승호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