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아흔이 다 되신 외할머니께서 치매증상을 보이자,
몸이 약한 외숙모는 20년 넘게 모신 할머니를 더 이상 돌보기 힘들 것 같다고 선언하셨습니다.
7남매 중 외할머니를 집에서 모실 수 있는 형제가 없었기에,
할머니는 결국 치매전문요양원으로 가시게 됐습니다.
다들 넉넉지 않은 살림에 늘 손길이 필요한 할머니를 모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던 거죠.
외할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기로 결정하고 돌아온 날,
저는 새벽에 숨죽이며 울고 계신 엄마를 보게 됐죠.
7남매 중 장녀인 엄마 또한 선뜻 모셔오지 못한 게 얼마나 마음 아프셨을지....
할머니 연세 여든 일곱, 엄마 예순 다섯..그리고 내 나이 서른 하나..
제가 30년 넘게 바라본 엄마의 모습도 이럴 땐, 무척 마음 저리게 하는데..
65년 동안 할머니를 지켜본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지셨을까요?
그래도 시간이 약이라 했던지..엄마는 그곳 생활에 잘 적응해 나가시는
할머니를 가끔 찾아뵈면서 조금씩 위안을 삼으셨는데요.
지난주는 하루도 쉬지 않고, 시장 한 모퉁이에서 장사를 하시던 엄마가 제게 그러더군요.
할머니 모시고, 가까운 바닷가라도 한 번 다녀오고 싶으시다구요..
뜻밖의 제안에..제가 동행하겠다고 약속하고 주말 달력을 보니..
마침 엄마 생신이더군요...
늘 자식들에게 많이 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손 벌리기 싫다던 엄마..
이번엔 제 제안에 흔쾌히 동의를 하셨습니다.
그렇게 가까운 바닷가 근처에 콘도예약을 하고, 퇴근 후 집에 오니 엄마의 표정이 어두웠습니다.
할머니가 많이 편찮으셔서 병원으로 옮기셨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바닷가는 나중에 가야할 것 같다구요..아니, 어쩜 다시는 함께 가지 못할 수도 있다며
쓸쓸한 표정을 짓는 엄마 눈에서는 또 금새 눈물이 흘렀습니다.
내가 그렇듯, 엄마도 할머니를 생각하면 늘 마음이 아플 거란 걸...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늘 할머니를 걱정하는...엄마를 위해서라도...할머니..빨리 일어나 주세요...”
오늘 참여해주신
익산 송학동 최성화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