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장마철이 되니, 20여 년 전의, 웃지 못할 해프닝 하나가 떠오르네요....
결혼하기 전, 마지막 여름이라 친구들과 놀러 다니기에 바빴는데요.
엄마, 아빠는 이런 때일수록 더욱 조신하게 지내라며 입이 닳도록 말씀하셨죠.
더욱이 다 큰 처자가 밤늦게 다니는 꼴은 못 보신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밤 10시전에는 귀가하라고 하셨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결혼이고 뭐고, 평생 데리고 살겠다며 엄포까지 놓으셨죠.
그래서 무던히도 애를 썼습니다...
친구들과 모임이 있으면, 항상 집 근처 호프집에서 놀았죠.
그런데...드디어...저에게도 밤새 놀 기회가 오고야 말았습니다....
부모님께서 부부동반으로 1박 2일...여행을 가시게 된 것.....
그 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예비 신랑 친구들과 빈틈없이 계획을 짰죠.
1차로 저녁식사를 하고, 2차로 간단히 맥주한잔...마지막 3차로 무도회장에서
오랜만에 발바닥에 땀을 좀 내야겠다고 맘먹었습니다.
정말...그날따라 고기 맛이 왜 그리 좋던지....맥주는 또 왜 그리 시원하게 넘어가던지..
모든 게 최상이었죠.
그렇게 정신 없이 놀다 보니...시간은 어느덧 새벽 2시...
장마 비는 억수같이 퍼붓고 있었죠..그래도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집 앞에 다다랐는데..
무슨 일인지 집안에 불빛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불을 켜고 나왔나?’ 하며... 현관문을 연 순간, 갑자기 빗발치는 빗자루..
도깨비 얼굴을 한 부모님이 서 계시는 게 아니겠어요!!
어안이 벙벙했죠...알고 보니, 목적지가 폭우로 위험하다는 판단 하에 여행이 연기가 됐다더군요.
두 분이 밤새 발만 동동 구르고 있으셨던거죠.
그 덕에 전 그 날 이후로, 결혼하기 전까지 통금시간이 10시에서 9시로 하향 조정..
그땐 왜 그리도 통제가 싫었던지...결혼 10년 차 된 지금도 장마철만 되면 떠오르는 추억...
이제는 홀로 남은 엄마께 더욱 효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네요..
군산 소룡동 문정아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