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일 방송분

혼자 자취하고 있는 남동생 집에 다녀왔습니다. 들어서자마자 냉장고를 열어보니, 역시나 각종 라면이 가득하더군요..피식 웃음이 나는 한편, 안쓰러움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준비해간 총각 김치와 배추김치를 넣어두고, 물 끓이고, 행주 삶고..여기 저기에 숨어 있는 빨래 찾아 빨고... 걸레로 이방, 저방 문지르고 나니...대충 정리가 된 듯해 차 한잔의 여유를 가졌죠.. 아무리 동생이라도 주인 없는 집에 와, 이것저것 들쳐 보는 게 예의는 아니었지만 옷장이며, 주방..아무리 훑어봐도 혹시나 했던 다른 사람의 흔적은 없더군요. 아니 엄밀히 말해 여자친구의 흔적인데...아직도 그런 재주는 못 만들었나 봅니다. 남동생이 이렇게 혼자 살게된 건 바로 1년 전... 부모님이 몇 개월 차이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3남매 중 막내이자, 아직 미혼이었던 남동생만 덩그러니 집에 혼자 남게 됐는데.. 언니네나 우리가 함께 살자 해도 급구 거절하더군요.. 서른이 다 된 성인이었지만, 언니나 제 눈엔 여전히 어리기만 한 막내였기에 혼자 지낼거라 생각하니..자꾸만 눈물이 났습니다. 밥은 잘 챙겨먹을지..빨래며, 청소는 잘 할 수 있을지.. 외롭다고 매일 술만 마시고 다니는 건 아닐지....하나에서 열까지 다 걱정이 됐죠. 그래서 가까운 곳에 방을 마련하게 됐는데..저도 직장생활을 하는지라 자주 들여다보지 못해..이젠 슬슬 착한 여자친구라도 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더군요. 가끔 동생 집을 들를 때마다 혹시나...하며 유심히 살피곤 하는데... 역시나 흔적 하나 없는 걸 보곤...또 속으로 ‘바보...’를 외치며 돌아오곤 하죠. 결혼하란 소릴 자주하면 잔소리가 될까봐 말도 못하고, 메모 한 장 써놓고 나왔습니다. "밥 꼭 챙겨 먹고....빨래 구석에 밀어 넣지 말구... 이제 제발 연애 좀 해라!! -작은 누나가" 동생이 이젠 정말 외로움을 접고, 마음 착한 여자친구를 만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주시 효자동에서 김선옥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