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7일 방송분

대학 졸업 후...직장생활 3년 차.. 나이 스물 여섯에 한창 주가를 올릴 때였지만, 제겐 변변한 남자친구 하나 없었습니다. 친구들은 휴일이면 데이트 약속이다 뭐다 해....만나기도 힘들었죠.. 그렇게 집과 직장을 무료하게 오가던 어느 날... 같은 건물에 건축사 사무실이 들어왔습니다. 딱히 설명할 순 없지만, 왠지 모르게 특별해 보이는 사람들... 그런데 아무래도 같은 건물에 있다보니, 직원들과 자주 마주치게 됐는데... 그 중 유독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큰 키에, 매일 같은 건빵 바지..무테 안경을 쓴 그 남자... 그도 저와 마주칠 때면, 가벼운 목례로 대신하며 따뜻한 시선을 보냈는데요. 왠지 자꾸만 그가 머릿속에 떠오르는게, ‘그 건빵바지도 혹시...내게 호감이 있는 건 아닐까?’ 기분 좋은 설레임을 갖게 됐죠. 그렇게 서너달이 지난 후... 고민 고민 하던 끝에, 제가 먼저 마음을 표현하기로 했습니다.. 고전적인 방법으로, 편지를 이용하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직접 전달할 자신은 없어, 그 건축사 사무실의 한 여직원을 통하기로 했죠. 뜻밖의 상황에 당황한 듯한 그 여직원...이내, 미소로서 따뜻하게 대해주더군요. 가슴 졸이던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그에게서 답신이 왔는데...... 제가 편지를 전해달라고 했던 여직원은 그의 여자친구... 바로 두 사람은 사내 커플이었던거죠. 조금 어정쩡했던 그 두 사람의 관계..제 편지로 인해 마음을 확실히 굳히게 됐다는 후문인데.. 얼마나 부끄럽던지....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보낸 편지도 다시 돌려받고 싶더군요. 이후...멀리서 그 여직원과 건빵바지라도 보이면, 먼길을 돌아가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는 추억이 돼 버렸네요.. 이젠 저도, 그 건빵바지보다 더 멋진 남자와 결혼해 벌써 아이 둘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요. 그 두 사람도 결혼을 했을지...가끔 궁금해지네요.... 군산시 조촌동 유정희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