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6일 방송분

출근길, 친정 엄마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통장으로 5만원을 송금했으니, 생일날 미역국이나 끓여 먹으라는 것이었죠. 가슴이 먹먹해지는게, 버스 안에서 눈물을 삼키느라 안간힘을 써야 했습니다. 한평생 모았던 전 재산을 큰아들 사업에 지원했다, 실패로 다 잃고... 작은 시골마을로 옮겨 가신지도 벌써 1년 째.. 지난달부터 낮에 전화를 드리면 받지 않으시길래 그냥 양로원이나 다니시는지 알았습니다. 그런데 복사꽃이 피기 시작하는 과수원에서, 열매를 더 실하게 하기 위해 꽃 따주는 일을 하신다는 것....아버지를 통해 알게 됐죠. 아침 7시에 나가면, 저녁 7시가 되어야 집으로 돌아오시는데... 하루 일당이 3만원이라고 하더군요.. 그게 걱정스러워 그만 두시라고 할 때마다 엄마는.... 사람들도 사귀고, 꽃밭에서 노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걱정하지 말라고만 하셨죠. 말씀이야 꽃밭에서 노는거라 하셨지만, 하루종일 햇볕에서 높은 가지의 복사꽃을 솎아내는 작업이 어찌 놀이였겠어요!! 그렇게 두 어달 일을 하시고, 며칠 전부터는 일이 없어 쉬고 계신다는데... 그렇게 힘들여 모은 몇 푼 안 되는 돈을 둘째딸 생일이라며 쪼개고, 손녀딸 시험 성적 잘 나왔다며 맛난 것 사주라고 또 몇 푼, 막내 아들네 손주 돌봐주시지 못하고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안쓰러워 또 몇 푼, 그렇게 집집마다 나눴는데.. 막내딸네만 안 줄 수 없다며 또 몇 푼... 결국 어머니는 햇볕에 그을리며, 힘들게 번 돈을 그렇게 자식들에게 다 나눠주셨습니다. 통장에 찍힌 5만원의 숫자가 자꾸만 눈앞을 흐리게 만들었습니다. 당신의 통장에서 줄줄이 빠져나갔을 그 피땀 어린 노동의 대가가 자식들을 또 한 뼘 자라게 하네요.. 모든 걸 자식에게 주시고도, 또 다시 줄 걸 찾으시는 그 마음을 앞으로도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전주 삼천동 박남희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