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님을 모시고 살다 보니 하루 세끼 해 먹는 것도
여간 신경이 쓰이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 매끼마다 새로 지은 잡곡밥에 국, 나물 서너 가지와
생선구이 한가지는 꼬박꼬박 상에 올려야 했죠.
워낙 어머니께서 꼼꼼하시다보니, 한가지라도 빠지면 불호령이 떨어졌죠.
또, 간을 맞추는 것도 조미료는 전혀 넣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처음 시집와서는 할 줄 아는 게 없어 어머니께 얼마나 혼이 났던지...
한 번 혼내실 때는 눈물이 쏙 빠지게 하셨죠.
그렇게 15년을 살다보니 이제 저도 어머니 발뒤꿈치만큼은 따라갈 수 있게 됐는데요..
헌데....며칠 전, 몸이 너무 나른하고 무거워서 만사가 귀찮더군요.
맘 같아선 그대로 누워서 한숨 푹 자고 싶은데,
또 저녁 식사 차릴 시간이더군요.
저 혼자라면... 아니 시부모님이라도 안 계셨다면
그냥 간단하게 시켜 먹거나, 라면 끓여서 먹자고 했겠지만
시부모님이 계셔서 꿈도 못 꾸는 얘기였죠.
그래서 머리를 좀 굴렸습니다.
‘어떻게 하면 밥을 안 할 수 있을까? 어머니께 시켜 먹자고 하면
분명 호통이 떨어질 테고...어떡하지?’
저는 거실로 나가 어머니께 은근 슬쩍 말을 꺼냈습니다.
“어머니,,,,날씨가 더워 그런지, 애비도 그렇고, 아이들도 통 입맛이 없다고 하네요..
뭐 입맛 돌게 먹을 것 없냐고 하는데요..오늘은 저 나가서 외식........"
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어머니께서 말씀 하셨어요.
“그래? 나도, 통 입맛이 없는데...그럼, 우리 오늘은 만두나 빚어 먹을래? ”
머리 좀 써보려다, 만두 빚으며 땀을 비오 듯 쏟은 그 날 밤....
노루를 피하려다 범을 만난 격....
매일 매일 식사준비 하는 것..가끔 빼먹고 싶을 때 많은데요..
앞으로 맡은 임무에 더욱 충실할거라 다짐해 봤습니다..
익산 송학동 서영미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