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른들이 말하는 객지 생활을 몇년째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일주일 혹은 이주일만에 시골집에 내려간다.
어느땐 가고싶어서 가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의무감에 갈 때가 많다.
아마도 엄마가 아파 누우시면서부터 더욱 그런것 같다.
우리 6남매 모두는 객지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약 10여년전쯤부터 엄마가 아프기 시작하셨고 그때문에 둘째언니네가 시골집에 들어가 살게 되었다. 언니네의 입주로 한결 가벼워진 난 시골집 방문이 줄어들었고 이젠 의무감이 흉내만 내게 하고 있다.
이주전쯤 그 의무감에 발동이 걸려 시골집에 내려갔는데 언니가 툭하고 한마디 한다.
"요즘 엄마가 참외 잘드시니까 담부터 내려올때 참외 오천원어치만 사와"
사실 엄마가 아파 누우시면서 먹는거 땜에 식구를 속을 많이 태우신다.
그런 엄마가 전에는 참외 같은 과일은 드시지도 않았는데 요즘은 참외만 찾으신다니 반가운 이야기였지만 언니의 말에 "생각해볼게"라는 어설픈 대답만을 남겼었다.
그래도 그다음 주 시골집에 갈때 마트에 들러 참외 두봉지를 샀다.
생각보다 비싼 참외값... 한봉지에 7~8천원하는데 몇개 들어있지도 않았다. 나름대로 인심쓴다며 두봉지를 산것...
집에 도착하자마자 들고간 참외 깎아 엄마 갖다드렸는데 정말 맛나게 드시더라... 하루에도 몇개씩 드신단다. 사실 참외가 소화가 잘되지 않는 과일중에 하나라 걱정되어 나오는 길에 참외 조금씩 드시라고 했더니 엄마 말씀... "나 소화잘된다..." 하신다.
내내 맘에 걸렸다. 적게 사들고 간 참외도 그랬고, 소화잘되지 않는다고 모처럼 입맛에 맞는 거 맛나게 드시는 분께 조금씩 드시라고 한것도 걸리고....
시골집 다녀온 이후 참외생각이 머릴 떠나지 않았다.
그거 몇푼이나 한다고... 얼마나 더 사실거라고...
너무 맘에 걸려 어제 마트에 가 참외 한박스를 샀다.
그리고 버스편에 보내며 전활 했다.
"참외한박스 보냈으니 냉장고에 넣고 드세요. 떨어지기 전에 전화하시구요..."
고맙다는 말씀을 몇번이나 하시던지...
모처럼 다리뻗고 잠을 잔것 같다.
한가지, 엄마 입맛이 떨어져 그 맛난 참외 또 못드시는 날이 올여름엔 없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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