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2일 방송분

저는 어렸을 적부터 건강이 많이 안 좋으셨던 엄마를 대신해 모든 일을 아버지와 함께 해야 했습니다. 다행히도 아버지는 너무나 자상하셨고, 책임감이 강한 분이셨기에 조금의 소홀함도 느끼지 못했죠..식사 준비 또한 아버지 몫이었는데.. 매운 것을 싫어하는 저와, 자극적인 음식을 드시면 안 되는 엄마를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그렇듯,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게 하려 노력하셨는데... 머리가 굵어질수록 아버지에게선 채울 수 없는 엄마의 빈자리가 너무도 크게 느껴지더군요..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입게 된 교복.....물론 아버지와 함께 교복 점을 찾았는데요. 친구들 모두 엄마와 나란히 와선 치수도 재고, 정담을 나누더군요. 순간, 흙 묻은 운동화에 그을린 얼굴..들에서 일을 하다 오신 초라한 모습의 아버지가 보였죠. 이것 저것 궁금해하는 아버지의 물음에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부끄러워 입을 닫아 버렸죠. 그렇게 대충 교복을 맞추고는 집으로 돌아와, 누워있는 엄마에게 울며불며..투정을 했던 기억... 엄마, 아버지..두 분 모두에게 가슴에 박힐 상처를 드렸던 날.. 지금도 잊혀지지 않네요.. 살아계시면서도 도움은커녕 오히려 가족에게 짐만 된다고 생각하셨던 엄마는 결국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에 세상을 떠나셨구요...이후에도 아버지의 눈물겨운 헌신은 계속 돼..칠순이 다 된 지금까지, 늘 결혼한 딸 걱정에 여념이 없으시네요. 요즘 들어 건강이 부쩍 나빠지셔서 얼마 전, 아버지 건강보험을 들어드리려고 보험회사에 문의를 했는데요. 간이 좋지 않아 지병이 있으신데..가입은 어렵다고 하더군요. 당연한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의 사랑...얼마나 복에 겨운 투정을 하며 살아왔는지.. 어릴 적엔 몰랐는데...이젠 알 것 같네요.. 저의 때늦은 후회가 평생 가슴에 남지 않도록, 아버지께서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빌어봅니다. 군산 소룡동 장은이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