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신랑이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제게 묻더군요..
자기가 그렇게 늙어 보이느냐구요..
저는 뜬금없는 질문에 "그걸, 이제 알았어?" 하며 농담으로 답했는데...
남편 표정이 일순간 굳어지며 "그래......" 하더군요.
순간 당황했죠... 그냥 웃자고 한 대답이었는데,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죠.
남편의 나이 마흔 둘...그런데, 새치가 참 많은 편입니다..
연애시절에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더욱 늘어만 가는 새치..
게다가 머리숱까지 적다보니..나이가 들어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솔직히, 주위 사람들로부터 걱정 어린 시선도 많이 받는 편이죠..
그래서 염색을 하자고 했는데, 남편은 뭐든 자연스러운 게 좋다며 신경 쓰지 않는 듯 했습니다...
헌데...며칠 전, 사건이 하나 있었던 모양입니다..
휴일 낮, 더위에 갈증이 난다며 슈퍼를 찾은 남편...아이스크림 좋아하는 아들이 떠올라
뒤적뒤적 고르고 있는데..대 여섯 살쯤 되는 한 꼬마아이가 '할아버지'를 부르더랍니다..
분명 주위에는 아무도 없는데..그런데 알고 보니, 그건 남편을 부르던 것...
녀석이 원하는 아이스크림이 손에 닿지 않자, 그걸 꺼내달라는 부탁을 하려던거죠.....
꼬마의 한마디였지만, 신랑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모양입니다.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며 어떡해야 하나..고민하다, 염색약을 하나 사왔죠..
그리고 퇴근한 남편을 의자에 앉혀놓고, 염색을 시작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됐다며 손사래를 칠 남편...제게 순순히 머릴 맡기더군요.
잠시 후..완성 된 머리...
"자기, 정말 십년은 젊어보인다~~ 유부남이라고 꼬리표라도 달고 다녀야겠는데~!!"
호들갑스럽게 말해주니 좀 안심이 됐는지, 만족스런 표정을 짓더군요.
그렇게 해서, 남편의 우울증은 며칠만에 막을 내렸는데요.
우리 세 식구 책임지랴, 이래저래 힘든 가장이라서 자꾸만 새치가 늘어가는 건 아닌가..
걱정스럽고, 한편으론 안쓰럽더군요...
제게 신랑은 처음 만난 갓 스무살 때나,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지금이나
늘 한결같이 보인다고 꼭~~~전해주세요..
전주 평화동 은경선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