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5일 방송분

며칠 전, 신랑이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제게 묻더군요.. 자기가 그렇게 늙어 보이느냐구요.. 저는 뜬금없는 질문에 "그걸, 이제 알았어?" 하며 농담으로 답했는데... 남편 표정이 일순간 굳어지며 "그래......" 하더군요. 순간 당황했죠... 그냥 웃자고 한 대답이었는데,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죠. 남편의 나이 마흔 둘...그런데, 새치가 참 많은 편입니다.. 연애시절에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더욱 늘어만 가는 새치.. 게다가 머리숱까지 적다보니..나이가 들어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솔직히, 주위 사람들로부터 걱정 어린 시선도 많이 받는 편이죠.. 그래서 염색을 하자고 했는데, 남편은 뭐든 자연스러운 게 좋다며 신경 쓰지 않는 듯 했습니다... 헌데...며칠 전, 사건이 하나 있었던 모양입니다.. 휴일 낮, 더위에 갈증이 난다며 슈퍼를 찾은 남편...아이스크림 좋아하는 아들이 떠올라 뒤적뒤적 고르고 있는데..대 여섯 살쯤 되는 한 꼬마아이가 '할아버지'를 부르더랍니다.. 분명 주위에는 아무도 없는데..그런데 알고 보니, 그건 남편을 부르던 것... 녀석이 원하는 아이스크림이 손에 닿지 않자, 그걸 꺼내달라는 부탁을 하려던거죠..... 꼬마의 한마디였지만, 신랑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모양입니다.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며 어떡해야 하나..고민하다, 염색약을 하나 사왔죠.. 그리고 퇴근한 남편을 의자에 앉혀놓고, 염색을 시작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됐다며 손사래를 칠 남편...제게 순순히 머릴 맡기더군요. 잠시 후..완성 된 머리... "자기, 정말 십년은 젊어보인다~~ 유부남이라고 꼬리표라도 달고 다녀야겠는데~!!" 호들갑스럽게 말해주니 좀 안심이 됐는지, 만족스런 표정을 짓더군요. 그렇게 해서, 남편의 우울증은 며칠만에 막을 내렸는데요. 우리 세 식구 책임지랴, 이래저래 힘든 가장이라서 자꾸만 새치가 늘어가는 건 아닌가.. 걱정스럽고, 한편으론 안쓰럽더군요... 제게 신랑은 처음 만난 갓 스무살 때나,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지금이나 늘 한결같이 보인다고 꼭~~~전해주세요.. 전주 평화동 은경선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