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은 우리 부부의 다섯 번째 결혼 기념일이었습니다.
남편이 저를 대하는 눈빛, 신혼 때에 비하면 지하바닥을 그은 지 오래지만
그래도 결혼 기념일이 되면 가슴 설레이고 새 신부가 되는 기분은 어쩔 수 없더군요.
이번에도 그 날을 어떻게 하면 멋지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 고민했죠.
다른 건 다 잊어도 현관문 번호 키가 결혼기념일 숫자와 일치해 그런지
생일 때와 달리 달력에 굵은 색으로 표시하지 않아도 남편은 기억을 했죠..
그리고 예상대로 출근길에 그 날 밤... 뜨거운 밤을 보내자며
조금은 역겨운 윙크를 날리며 볼에 뽀뽀까지 해주더군요..
그래서 저 또한 그날 따라 잡혔던 회식도 양해를 구하고 불참한 채
장바구니 가득 채우고, 달려와 식탁을 꾸미기 시작했죠.
그런데 남편이 약속했던 밤 8시가 넘어도 오지 않았습니다..
퇴근 시간에도 갑자기 일이 터지면, 한 두어시간 늦는 건 기본이었기에
또 일이 생겼구나 싶어 오직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죠.
그런데 밤 10시가 넘어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역시나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정신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전화할 틈도 없었는데...
빨리 끝내고 들어 갈 테니 얼른 끊자며 다급한 목소리가 전해져왔습니다..
그런데..막 끊으려는 순간, 마침 옆에 있던 동료의 목소리가 들려오더군요...
"번호 누르다 어디간거야? 빨리 예약해!! 맥이 끊겼잖아...!!"
그곳은 분명 노래방이었죠. 순간 얼마나 화가 나던지..다른 날도 아니고,
일부러 약속까지 취소하고 왔는데.....당장 들어오라는 말만 남긴 채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그 날 밤, 늦게 들어온 남편은 사장님께서 특별히 주도하신거라 빠질 수 없었다고...
변명을 늘어놓는데...제가 화난 건, 남편의 거짓말 때문이었음을 끝까지 모르는 것 같아
지난 휴일까지 눈 한 번 마주치지 않았죠.
남편은 참회라도 하듯이, 근신하며..집안 일 거의 도맡아 하더군요..
이쯤 되면 용서해줘야 할 것 같은데...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는데...어떡하면 좋을까요?
오늘 참여해주신
군산 조촌동 서연숙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