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또 아침부터 윗층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쿵쿵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투덜대기 시작합니다..
인터폰 누르는 것도 하루, 이틀...
윗층 집이 이사온지는 2주가 채 안됐는데요..
그러려니 했던 게 며칠..반응이 없자, 부탁을 해 본 것도 몇 번...
그래도 안 되자 인터폰을 눌러댄 게 몇 번인지 모르겠네요..
아내는 소리에 매우 민감한 편입니다..
저 또한 시끄러운 건 참을 수 없지만, 아이들이 좀 뛰어노는 걸 가지고
좀 야박하게 군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면서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고....
20여 년 전, 결혼 생활 시작하면서 셋방살이 살던 생각이 나더군요.
그 누구보다 악명 높았던 주인집 아주머니...
아이들 시끄럽게 뛰어 노는 건 당연하거니와,
밤에 빨래한다고 한 마디, 늘 아껴 썼는데도 전기세, 물세 많이 나온다며 또 한마디...
심지어는 음식 냄새 풍긴다고 소리 지르던 아주머니였죠..
맞벌이를 했지만 워낙 처음에 어렵게 시작해서 인지..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 4년을 넘게 살았는데요...
그땐, 남의 집 살이 하는 게 너무도 서러웠고...
앞으로 입장 바꿔 우리가 집주인이 된다면, 절대 세입자들 눈에
눈물나지 않게 하자..아내와 굳게 약속했었죠..
그런데 아내는 벌써 모든 걸 잊고, 조그만 소음도 견디지 못하구요..
또, 셋방에서 처음 17평 짜리 전세로 이사갔을 때..그 기쁨 늘 잊지 말고 살자 했거늘..
툭하면 넓은 평수에 사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한탄하는 게 일이네요..
그 날 밤..아내와 셋방살이 시절을 떠올리며, 소주 한 잔을 기울였죠..
아내도 그 시절, 잠시 잊고 살았다며...눈가가 촉촉해지더군요..
그리고 다시 한번 초심을 잃지 않고 살자고 약속해 봤죠...
오늘 참여해주신
익산 모현동 이정기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