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은 3남매 중 장남인데도 늦은 결혼으로 이제 겨우 결혼 4년 차..
다른 형제들은 아이가 둘 씩은 되는 결혼 10년 차 베테랑들이었죠..
더욱이 저는 맏며느리였지만, 동서들 중 제일 나이가 어렸습니다.
그래서 그런지..텃새라고 해야하나?
결혼 초기, 동서들 눈치보느라 진땀을 빼야했죠..
물론 이제 갓 시집온데다 나이까지 어린 제가 형님 노릇을 한다는 자체가
무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기분은 좋지 않더군요..
참고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데..크고 작은 제사가 얼마나 많은지
1년에 10번 정도는 치르고 되더군요..결혼 초기, 제사 준비를 하면서
제가 고작 하는 일이라곤 나물 다듬기, 음식물 버리기, 설거지하기 등 이런 잡다한 일들이었죠..
자존심이 많이 상했습니다...그것도 손 아랫 동서들이
"형님은 나물이나 다듬고, 설거지 좀 해주세요..
아, 그리고 두부가 떨어졌네요...죄송한데... 두부 2모에, 대파 한 단만 사다 주실래요?"
사실, 음식 솜씨도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명색이 맏며느리가 파 심부름이나 할 줄은 몰랐죠..
조리대 주변은 가보지도 못하는 처량한 신세..
더욱 서운했던 건 시어머니! 뒷정리는 늘 제게 맡기라며..동서들에게는 얼른 가서 쉬라고만
하시더군요..상황이 이쯤 되니, 저의 불만은 쌓이고 또 쌓여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신랑의 이모님들이 방문을 하셨는데...시어머니가 잠깐 밖에 나가신 사이
그러더군요...시부모님께서 맏며느리 자랑만 하신다고...참 맘 편히 사시는 것 같아
이모님들도 기분이 좋으시다구요...어른들 모시는게 쉬운 일은 아닐텐데...
기특하다며.. 진심 어린 칭찬을 해주시더군요..
사실, 결혼 4년차인 지금도 뒷정리가 제 전담 임무이지만..
어머니의 그런 마음을 알기에..그리고 지금은 많이 편해진, 음식 잘하는 두 동서들이 있기에
눈치보고 살아도 그렇게 나쁘진 않은 것 같네요..
저도 언젠가는 동서들에게 두부에, 대파 사오라며 심부름시킬 날이 오겠죠~~~
오늘 참여해주신
전주시 우아동 최성미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