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초기, 시댁에 갔을 때.. 저를 맞이한 건 저보다 나이 어린 두 명의 시누이들이었습니다.
처음엔 서먹서먹했지만 잘 지내고 싶어 나름대로 선물공세 해 가며 노력했죠..
그런데 이상하게 시간이 흐를수록 괜한 꼬투리에, 트집을 잡는 게
얄밉기 짝이 없었죠..
결국, 때리는 시어머니 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을 새기면서
초반에 기선제압을 해야겠다고 단단히 맘 먹었죠..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께서 시누이들과 함께 장을 보러 가자고 하시더군요.
사람도 많고, 물건도 많고...시골 5일장이라 그런지 구경거리가 풍성했습니다..
헌데....이것저것 하나씩 찬거리 늘어날 때마다 감자, 무, 양파 이런 무거운 것들은
저의 장바구니 속으로 집어 넣는게 아니겠어요?
추가될 때마다 느껴지는 손목의 압박감..
반면 시누이들의 장바구니는 기껏해야 쑥갓, 콩나물 이 정도로 가벼운 것들이었죠.
그런데 서두르면 될 걸... 시누이들 이것저것 고르고 구경하느라
제 힘듦은 안중에도 없었구요..그 걸 뻔히 알면서도 모른척하는 시누이들이 너무 얄미웠습니다.
더 이상 끌려 다니다가는 안될 것 같아 스친 생각...
무작정 철퍼덕 쓰러졌죠. 앞에 가던 어머니와 시누이들은 놀라며 달려오더군요.
"아니, 갑자기 왜 그러니?"
"아.. 저.. 그게요.. 사실은 말씀드리려고 했는데...저 임신이래요.
그래서 병원에서 조심하라고 했는데, 오늘 좀 무리를 했는지 어지럽네요.."
그 이후의 상황은 대충 짐작하시겠죠?
저의 모든 짐은 튼튼한 두 시누이의 손에 쥐어졌고,
저는 시어머니의 극진한 보호를 받으면서 편하게 집으로 왔답니다.
그리고 하늘이 도우셨는지 저의 거짓말은 한달 뒤, 진짜 임신으로 이어졌고
아직까지도 시댁 식구들은 모르고 있죠..
이후, 결혼 8년이 지난 지금...시누이들과는 아주 편하게 잘 지내고 있답니다...
오늘 참여해주신
전주시 효자동 박신정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