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인생의 가르침을 주신 고마운 형님이 한분 계십니다. 비록 나이차이는 많이 나지만 평생을 잊을수 없는 , 살면 살수록 그리워지는 친구처럼 언제나 가슴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그런 형님이죠..
제 나이 27살쯤 ,결혼을 앞두고 설레임으로 결혼준비에 한참 바쁘던 시기 였습니다.
평소에 별로 말씀도 없고 겨우 간단한 안부만 묻고 지내던 형님이 전화를 했습니다.
저녁에 만나서 맥주를 한잔 하자는 용건 이었습니다. 그 형님은 저에게 그냥 별로 존재감없는 그냥 내 주변에 있는 갑남을녀 중 한분 이셨는데.. 그런 형님이 만나자고 하니 약간은 긴장감이 아니 어색함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군요.. 무슨말을 해야할지 걱정이 됐습니다.
약속된 장소에 나가보니 형님이 먼저와서 맥주를 한잔 하고 계시더라구요... 형님은 저를 보더니 “ 곧 결혼하다고? 많이 바쁘겠네! 준비는 잘 되가?” 평소와는 다르게 살가운 안부를 물으시더라구요.. “ 네 ~ 큰 준비는 맞쳤구요.. 이제 소소한 것들만 결정하면 되요!”
형님은 아주 자상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셨습니다. “ 희준아~ 내가 너한테 보여줄게 하나 있다. 잠깐 따라올래?” 형님은 주차되어있던 자신의 차로 저를 데려갔습니다. 트렁크를 여시더니 아무말 없이 안을 살펴보라는 눈짓을 하시더라구요. 그리곤 잠시후에 다시 트렁크를 닫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저는 따라들어가서 물었습니다.“ 형님! 별거 없던데.. 뭘 보라는 말씀이세요.?.” 내가 트렁크에서 본것이라곤 비닐도 벗기지 않은 와이셔츠 5장과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 면 양말 30켤레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난 별거 없다고 말했는데.. 형님은 “그 별거... 와이셔츠와 양말...그거 보여줄려고 그랬어”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개를 갸우뚱하며 형님의 이야기를 말없이 들었습니다. 형님은 성실히 살아오셨고 힘들게 노력하셔서 지금은 지방에 있는 전기 시공업체의 상무를 하고있습니다. 그리고 형수님은 전업주부로써 클래식을 즐겨듣고 화초를 가꾸며 조금은 우아하고 고상한 그런 분이셨습니다.
결혼초에 형님이 회사에 출근하려고 옷을 입다보니까 세탁해논 와이셔츠가 없었더랍니다. 조금은 짜증이 났지만... 어제 입었던 소매와 목에 때가 낀 와이셔츠를 다시 입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양말을 신으려 하니 빨아논 양말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형님은 드디어 화가 폭발했고“ 당신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서.. 남편 양말하나도 못빨아죠..? ” 하고 소리치고는 출근해 버렸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가던중 급히 나오는 바람에 빠진 서류가 하나 있어서 집으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반쯤 열린 욕실문 사이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조용히 다가가서 그 광경을 지켜보니.. 형수님이 수십개의 양말을 손으로 빨며 흐느끼며 울고 있었답니다. 형님은 조용히 서류만 가지고 다시 나왔고... 그날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날 저녁에 시장에 가서 양말 30켤레와 와이셔츠 5장을 사서 차 트렁크에 놓아두었다고 합니다.
그리 비싸지도 않은 양말 한 개와 와이셔츠 하나 때문에 아내를 울게 만든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고 속좁아 보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뒤로는 혹시라도 양말이나 와이셔츠가 없으면 그냥 아무거나 입고 왔다가 차에서 새걸로 갈아입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제게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희준아~ 돈 만원이면 아무런 문제없이 해결될 일을 난 평생을 짐으로 안고 살아가고 있다. 돈 만원이면 보지 않았어도 될 아내의 처량한 뒷모습을 난 평생 잊지못하고 살아야 한다. 넌 그렇지 말아라... 내가 오늘 너에게 보여준 양말과 와이셔츠는 내 40평생의 가장큰 깨달음이고 가장 큰 행복의 비결이다.”
그제서야 저는 그 형님의 그런 행동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어느덧 4년 이라는 시간이 흘러 제 나이 31살이 되었습니다. 살면 살수록 형님의 가르침이 더욱더 참됨을 느끼고 있습니다.형님의 가르침 덕분에 우리부부 너무나 행복하게 서로를 존중해주며 살고 있습니다..
그 형님이 제게 헤어지면서 해 주었던 이 말씀을 끝으로 전하면서 사연을 마치겠습니다.
“대신, 오늘 본 것은 형수에게는 비밀이다.. 너와 나 무덤까지 가져가야 된다!”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 ” 이것이 형님이 제게 준 마지막 가르침 이었습니다..
신청곡 : 카니발 거위의 꿈
---- 익산에서 조희준
(전북 익산시 동산동 우성아파트 102동 203호 010-3312-05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