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눈꽃처럼 날리던 작년 이 맘 때...
남편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1박2일로 여행을 가게 되었죠...
처음에 어색했던 분위기는 금새 녹아들고, 밤이 되자 아이들은 잠자리에..
어른들은 자연스럽게 술자리로 이어졌죠.
저 또한 오랜만에 알코올에 젖어들었고, 내숭과는 거리가 먼 관계로
처음 만난 남편의 동창들과도 스스럼없이 대화가 이뤄지더군요..
그러다 부인들 자기 소개 시간이 됐는데..
이건 하나같이 그럴싸한 직업에, 괜찮은 외모..고상한 취미까지..
집에서 살림만 하는 데다, 특별한 특기 또한 없는 저... 한마디로 자존심 상하더군요...
그래서 그 짧은 순간에 어떻게 소개하면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이렇게 말했죠..
"저는 노래를 사랑하는 여성합창단 단원입니다. 너무 반갑습니다. 아름다운 밤 되세요~~~"
이만하면 무난했겠지 싶어 자리에 앉으려는데..갑자기 모두들 탁자를 두드리며
노래! 노래! 를 외쳤습니다..
좀 쑥스러웠지만, 화끈한 성격인 저...모든 감정과 열정을 담아 애창곡을 열창했죠..
그런데...보통 노래를 다 부른 다음...당연히 앵콜, 브라보 뭐..
이런 구호가 나와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노래가 끝나자 분위기는 싸 해지는 게, 고요한 정적이 흐르더군요..
그 찰라, 술을 과하게 마신 한 동창...
"정말 합창단 맞아요?"
사람들은 폭소를 터뜨렸고, 저는 순간 술기운이 확 깨면서 얼굴이 불덩이처럼 달아올랐습니다.
저..그 후부터는 어디가서도 합창단원이라고 소개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정식 오디션 거친 단원 맞는데...
갑자기 작년 이맘때가 그 일이 떠오르네요..지금은 미소를 짓게 하는 추억..
그때, 나름대로 열창했던 그 노래 다시 한번 듣고 싶네요.
오늘 참여해주신
익산 영등동 권수현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