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9일 방송분

전날 밤...목욕한 후 핸드크림을 듬뿍 바르고 잤건만 아침에 손을 만져보니, 별 효과 없이 제 손은 여전히 까칠합니다. 밖에서 험한 일 하는 것도 아니고, 아직까지 집에서 두 아이 키우며 살림만 하는 여자 손치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릴 정도죠.. 그런데요..사실 크림을 발라도 각질이 보푸라기처럼 일어나는 까칠한 이 두 손이 저는 오히려 편하답니다. 제 손이 너무 곱고 부드러우면 친정엄마에게 죄송하거든요. 엄마의 손 ! 힘든 농사, 몇 년 동안 물 구경 못한 논바닥처럼 갈라져 있고.. 그 갈라짐이 쓰라림으로 다가올 때는 늘 흰색 반창고를 손가락 끝에 감고 사신 엄마. 살이 없는 손등에는 핏줄이 산맥처럼 올라와 있어 철없던 시절에는 주무시는 엄마 옆에 가서 손등의 핏줄을 재미 삼아 꾹꾹 눌러 보곤 했죠. 그때는 몰랐습니다..엄마니까 손이 거칠고, 어른이니까 핏줄이 보인다고만 생각했죠. 그러나 이제는 우연히 엄마 연세 비슷한 분들을 만나면 잘 차려 입은 옷보다, 예쁘게 화장한 얼굴보다... 손을 먼저 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우리 엄마도 저렇게 손이 곱고, 부드러우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운 듯 바라보며 엄마모습을 또 떠올려 보곤 하죠. 혼자 사시던 엄마가 힘든 농사를 접고, 서울 오빠네로 가신지 벌써 석 달이 다 돼 가네요. 그래서 인지, 어느 순간마다 엄마의 모습.. 없는 곳이 없습니다.. 팝콘처럼 하얀 벚꽃을 보며 제일 행복한 모녀의 모습으로 사진 속에 담아두고 싶고, 시장에 가면 장사하는 분들이 모두 엄마 같아 빨리 팔고 들어가시라고 식구 수보다 더 많은 양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죠.. 그런데도 밥상 앞에 앉으면, 또 엄마얼굴이 아른거려 자꾸만 밥알이 목에 걸리네요. 지금 제 손을 보면 엄마는 또 몸 아끼라며 걱정을 늘어놓으실 건데.. 헌데 어쩌겠어요. 까칠한 손이 마음 편한... 어쩔 수 없는 엄마 딸인걸요. 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운, 그리고 온 우주를 이치에 맞게 다듬어 오신 엄마 손을 가장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오늘 참여해주신 전주 송천동 이선우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