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 방송분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불현듯 17년 전, 신혼여행지에서의 에피소드가 떠오르네요. 아내와는 친구의 소개로 첫 만남을 가진 뒤, 불과 2개월만에 초고속 결혼식을 올리게 됐죠.. 결혼식이 끝나고 발바닥까지 두들겨 맞는 호된 피로연을 마친 뒤, 신혼여행지인 제주도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부풀었던 마음만큼이나 행복한 첫 날밤을 보내고, 드디어 본격적인 제주도 관광이 시작됐죠. 그리고 일찌감치 안내를 해주실 50대 초반의 택시 기사를 만나, 함께 이동하게 됐죠... 제주도 여행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신혼여행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설레이고 마냥 즐거웠는데요.. 그에 부응하듯 기사 아저씨는 우리 부부의 행복한 모습을 열심히 사진에 담아 주셨고..더 멋진 장면을 위해 여러 포즈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다, 제주의 명물이자 기암절벽으로 잘 알려진 "천지연폭포" 를 둘러보게 됐는데요.. 사건은 그 곳에서 일어났습니다.. 기사 아저씨는 그곳에서도 역시 멋진 촬영을 위해 여러 포즈를 부탁하셨는데요. 아무래도 최대한 폭포 가까이에 자릴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던지 아저씨는 폭포와 좀 더 가까이를 외치셨습니다... 헌데..그 지시에만 따르던 저는 순간 한쪽 발이 미끄러졌고, 그만 폭포수가 모아지는 깊은 물웅덩이 속으로 빠져버리고 말았죠.. 거의 머리까지 물 속에 푹 잠긴 저는 지금까지 수영이라곤 해 본적이 없었으며.. 결정적으로 물가를 유독 두려워하는 체질이었습니다.. 겨우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는데요... 저는 혼비백산이 됐고, 그 날 관광도 마무리해야했죠.. 그리고 신혼여행 마지막날까지 폭포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았습니다.. 17년이 지난 지금,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기만 한데요.. 그때의 추억들이 밑거름 되어 지금의 우리 다섯 식구, 단란하게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신혼여행 때 만큼이나 에피소드가 많았던 우리 부부의 17년....결혼 기념일 축하해주세요.. 오늘 참여해주신, 전주 인후동의 기현도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