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드라고는 약에 쓸래도 없는 남자, 하나에서 열까지 마누라만 부려먹는 남자,
마누라의 생일이 언제인지 조차 모르는 남자.... 바로 제 남편입니다.
아이가 셋이라는 이유로...먹고살기 바쁘다는 등의 갖가지 이유로
둘만의 시간을 가져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가물가물 하네요.
게다가 이건 허구헌날 모임에 회식..결혼 10년 차 들어가니,
집에 일찍 들어오는 날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죠..
슬슬 권태기가 느껴지고, 남편에 대한 불만이 증폭되어가던 어느 날...
그 날도 남편은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며 늦게 들어왔죠.
남편은 그날따라 저를 더욱 짜증스럽게 만들더군요.
아이들에 시달리며, 하루를 보낸 저로선 남편의 술 주정을 받아줄 여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잠 잘 생각은 전혀 안하고 뭘 넣어왔는지 양쪽 주머니에 손을 넣어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더군요. 다름 아닌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박하사탕'과, 평소 갖고 싶어했던 큐빅 핀....
"너무 고생만 시켜서 미안하다. 앞으로 잘해줄게....."
쑥스러운 듯, 머리에 핀을 꽂아주고..양 손에는 사탕을 쏟아주더군요..
정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값비싼 액세서리나 예쁜 포장이 된 사탕바구니는 아니었지만..
멋진 사랑고백 또한 없었지만....
남편의 투박한 사랑이 느껴졌습니다. 기념일 한번 제대로 챙겨 본 일이 없는 사람에게서
받은 선물로 인해 무척 감동스런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알게됐습니다.
무뚝뚝하기만 한, 내 남편의 가슴에도 아직은 사랑이 가득하단 사실을요...
오늘 참여해주신
충남 서천 장옥인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