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 방송분

몇 달 전... 이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 돼, 우연히 거래처 사무실에 심부름을 갔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 그는 하얀 와이셔츠 소매 자락을 팔뚝까지 걷어올리고, 땀을 흘리며 열정적으로 일을 하고 있었죠. "저희 부장님이 부탁하신 서류 가지러 왔는데요.." 조심스레 말을 건넨 저를, 그는 바라보지도 않고 무뚝뚝하게.. "책상 위에 있는 노란 봉투 가져가시면 됩니다..." 라고 짧게 말해버리더군요.. 뭐 저렇게 불친절한 사람이 있나 싶어, 저 또한 인사도 하지 않고 홱 돌아서버렸죠. '그 사람이 먼저 그랬으니까, 나도 인사할 필요 없어. 자기도 당해보라지!!' 처음엔 마음이 상해 그랬는데...그 날 이후 왠지 모를 찝찝한 기분에 사로 잡히게 됐죠.. 하지만 그렇게 몇 달 동안, 그 거래처를 다녀가는데.... 그는 단 한 번도 저와 눈을 마주치거나, 인사 또한 하지 않았습니다. 원래 그렇게 인사성이 없느냐며 따져 묻고 싶었죠.. 그런데 얼마 전, 그가 드디어 제게 말을 건네왔습니다.. "꽤 오래 버티시네요!! 그쪽 일 힘들다고, 다들 한 달도 못 채우고 그만두던데.." 그랬습니다..이 사람, 제가 얼마나 버티나 두고 보자는 심사였던 겁니다. 헌데..순간, '그의 목소리가 이렇게 멋졌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나 따뜻하던지... 또...그 날 처음으로 자세히 바라 본 그의 눈은 참 크고, 예쁘더군요.. 그때 저는 느꼈습니다. 왠지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될 것 같다고 말이죠. 어제도 그는 여느 때처럼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올리고 일을 하고 있더군요. 게다가 제게 음료수를 건네주며, 시원한 미소까지 지어보였죠.. 보면 볼 수록 참 괜찮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가 준 음료수를 마시며 저는 다짐을 했죠... 다음 주에는 슬며시 데이트 신청을 해봐야겠다구요...까짓 것 한번 용기내보죠. 뭐... 왜냐면..데이트 신청하기 정말 좋은 계절, 봄이니까요.. 오늘 참여해주신 전주 인후동 정은정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