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방송분

며칠 전, 식사를 하던 중 아내가 묻더군요. "자기야. 요즘 냉장고 소리가 너무 크지 않아?" "쓰기도 정말 오래 썼지...이제 바꿔줄 때가 된 것 같아..." 마침 그 말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아내가 말했습니다. "정말 바꿀까......?" 안 그래도 냉장 장치에 이상이 있는지 야채가 이따금 언다는 아내의 볼멘소리를 들을 때면 빨리 바꿔줘야 겠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죠. 문득 냉장고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된 일이 떠올랐습니다. 8년 전 우리 부부가 처음 살림을 시작할 때, 가진거라곤 젊음 뿐... 거의 빈털터리나 마찬가지였죠..그래서 한 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노력했는데요.. 마침, 평소 아내가 잘 알고 지내는 언니가 냉장고를 새 걸로 바꾸게 됐는데... 아직 쓸만한 것 같다며 가져오고 싶다는 것이었죠. 다른 건 몰라도 냉장고만은 사주고 싶었는데.. 여력이 없는 자신을 책망하며..아내에 선택을 따를 수 밖에 없었죠. 그렇게 우리 부부와 인연을 맺게 된 중고냉장고는 제법 깨끗했구요.. 무엇보다도 용량이 커, 김치며 야채를 다 넣었는데도 빈 공간이 있었죠. 아내는“냉장고 빈칸에 또 뭘로 채우지?”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뒤 한 번 이사를 하게 됐는데, 중고냉장고는 우리와 함께 했죠. 딸아이가 태어나자 아이들의 우유며, 간식거리를 상하지 않게 해줬구요.. 또 해마다 김장철이 되면, 고향집에서 가져오는 김치도 시지 않게 보관해주었죠. 결혼 생활 8년 만에 처음으로 새 냉장고를 장만하게 되는 날... 과연 아내가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중고 냉장고로도 불평 없이 8년을 열심히 살아준 아내에게 감사와 사랑의 선물을 전합니다. 오늘 참여해주신 군산 산북동 박기훈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