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식사를 하던 중 아내가 묻더군요.
"자기야. 요즘 냉장고 소리가 너무 크지 않아?"
"쓰기도 정말 오래 썼지...이제 바꿔줄 때가 된 것 같아..."
마침 그 말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아내가 말했습니다.
"정말 바꿀까......?"
안 그래도 냉장 장치에 이상이 있는지 야채가 이따금 언다는 아내의 볼멘소리를 들을 때면
빨리 바꿔줘야 겠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죠.
문득 냉장고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된 일이 떠올랐습니다.
8년 전 우리 부부가 처음 살림을 시작할 때, 가진거라곤 젊음 뿐...
거의 빈털터리나 마찬가지였죠..그래서 한 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노력했는데요..
마침, 평소 아내가 잘 알고 지내는 언니가 냉장고를 새 걸로 바꾸게 됐는데...
아직 쓸만한 것 같다며 가져오고 싶다는 것이었죠.
다른 건 몰라도 냉장고만은 사주고 싶었는데..
여력이 없는 자신을 책망하며..아내에 선택을 따를 수 밖에 없었죠.
그렇게 우리 부부와 인연을 맺게 된 중고냉장고는 제법 깨끗했구요..
무엇보다도 용량이 커, 김치며 야채를 다 넣었는데도 빈 공간이 있었죠.
아내는“냉장고 빈칸에 또 뭘로 채우지?”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뒤 한 번 이사를 하게 됐는데, 중고냉장고는 우리와 함께 했죠.
딸아이가 태어나자 아이들의 우유며, 간식거리를 상하지 않게 해줬구요..
또 해마다 김장철이 되면, 고향집에서 가져오는 김치도 시지 않게 보관해주었죠.
결혼 생활 8년 만에 처음으로 새 냉장고를 장만하게 되는 날...
과연 아내가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중고 냉장고로도 불평 없이 8년을 열심히 살아준 아내에게 감사와 사랑의 선물을 전합니다.
오늘 참여해주신
군산 산북동 박기훈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