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초 사정상 시부모님과 함께 살게 되었는데,
어느 날 어머니께서 목욕탕에 함께 가자하시더군요...
평소 누군가와 목욕탕 가는걸 꺼려했던 저..
더욱이 어려운 어머니와 함께 한다 생각하니 안절부절..못하고 망설이게 됐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같은 여자끼리 뭐 흉이냐며..목욕탕에서 고부간 두런두런 얘기 나누며
등 밀어 주는 게 제일 부러웠다 말씀하시더군요.
그렇게 마지못해 어머니를 따라 나섰죠..
쭈뼛쭈뼛 탕 속에 들어가 어머니 옆에 자리를 잡았는데..
순간 칠순 넘긴 어머니의 쭈글쭈글한 몸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흔히들 남자들도 친해지려면 목욕탕에 간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동안 어머니와 저 사이에 있던 미세한 벽들이 뜨거운 증기를 타고
다 날아가 버리는 것 같았죠.
어머니 먼저 제 등을 밀어주시는데...왜 그렇게 힘이 좋으신지
빡빡 등을 밀어주시던 친정어머니가 떠오르더군요..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시원한 기분.. 목욕비가 아깝지 않았습니다.
집에 오는 길..분식 점에 들러 순대, 어묵, 떡볶이까지...한 상을 치우고 나니 슬슬 잠이 오더군요..
그래서 어머니와 나란히 누워 낮잠을 청했죠..
고부관계가 아닌 모녀와 같은 풍경이었습니다.
엄마의 정을 잘 모르고 자란 저로써는 엄마 품이 이런거구나..느껴지는 순간이었죠.
얼마를 잤을까 달콤한 낮잠에 취했다 일어나 보니..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나더군요..
더 자라며 배려해 주시던 어머니...그 날 이후, '시어머니'라는 단어에서
'엄마'라는 포근한 호칭으로 바꾸게 됐죠..
지금은 분가해서 따로 살고 있지만, 봄 내음이 느껴질 때면 냉이 넣고 끓인 구수한
어머니 표 된장국이 떠오릅니다..
이번 주말에는 어머니를 찾아뵈어야 겠네요..
오늘 참여해주신
전주 인후동 이금선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