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면 늘 아무도 없는 집안이 썰렁하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작년까지는 아픈 남편이라도 누워 있었는데...
재작년에는 시어머니까지 세상을 떠나셨죠..
결혼하고 난 후부터 쭉 모셔왔으니..20년 가까이 함께 산 셈인데요..
어머니는 처음부터 저를 며느릿감으로 탐탁치 않게 여기셨죠..
그나마 제가 직장생활을 했기에 하루종일 부딪힐 일은 없었지만
늘 못마땅해 하시곤 했죠..
어머니가 저를 더욱 미워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계기...
그것은 바로 남편의 교통사고 였습니다..
남편과 함께 외출을 하던 중, 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고..
조수석에 자리했던 저는 크게 다치지 않았는데..남편은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큰 부상을 당했죠.
식물인간처럼 누워만 있는 남편을 보며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차라리 함께 고통을 나눌 수 있었더라면 죄책감은 덜 했을 텐데..
어머니는 제가 기가 센 여자라며 매일같이 독설을 퍼 부우셨죠..
그러다 돌아가시기 3년 전부터 치매에 걸리셨고..
며느리인 저를 언니라고 부르며, 옷을 찢고, 늘 배고프다며 투정을 부리곤 하셨죠.
저에 대한 깊은 원망이 그런 병을 얻게 한 건 아닌가...한편으론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며칠 전, 잠깐 정신이 돌아왔는데요. 제 손을 꼭 잡으며
그 동안 몹쓸 짓을 많이 했다고 미안해하셨죠.
어머니는 그렇게 돌아가셨습니다. 평생을 어머니 맘에 들지 못했던 며느리..
좀 더 잘해드리지 못한 게 가슴에 남더군요...
그리고 1년 뒤...남편도 그렇게 긴긴 병상생활을 접고, 어머니 곁으로 떠났죠.
아이들이 가끔 찾아오긴 하지만, 어머니와 남편의 빈자리는 아직도 허전하고 쓸쓸하기만 하네요..
언제쯤 그 빈자리가 메워질까요?
오늘 참여해주신
익산 송학동 양주실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