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 방송분

남편의 실직으로 생활이 어려워진지 꽤 오래... 마침, 아버님 제사가 있어 시댁에 가야하는데..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죠.. 늘 받기만 하니 마음도 편치 않았지만, 특히 이번엔 막내 시동생이 결혼해 동서와 함께 보내는 첫 제사였기에 더 신경이 쓰였죠. 따뜻한 시어머니.. 맏며느리로 고생하는 형님... 힘든 거 다 안다며 용돈 쥐어주시는 다정한 시누이...그리고 막내동서까지.. 정말 고마운 그 분들 위해, 머리카락이라도 팔고 싶은 기분이더군요.. 그런데..우연히 인터넷 쇼핑몰에서 7천 원하는 배 한 상자를 발견했습니다. 눈이 번쩍 뜨이더군요..이미지를 보니 깨끗하고 맛있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배 4상자를 주문했구요...며칠 뒤, 도착한 배는 작지만.. 가격대비 상태 양호했습니다. 포장을 새로 하고, 카드에 감사의 마음을 적었죠.. 드디어 제사 전날...식구들은 배 상자를 받으며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정말 싸고 작았지만, 진심으로 좋아하는 가족들을 보니 눈물겹더군요.. 그런데, 그때 막내 동서가 한마디했습니다...... "어머, 어머.. 너무 귀엽다.. 이렇게 작은 배도 있나? 꼭 탱자 같네...." 왕 배를 사들고 온 막내동서..순간 싸한 침묵이 흐르고, 저는 무안해 얼굴을 들 수 없었죠. 막내 시동생은 인상을 쓰며 동서를 데리고 나가더군요.. 어머니는 아직 어려서 그렇지 나쁜 뜻은 아닐거라며 한마디 거드셨습니다. 그런데....그 날 밤..막내동서가 제가 사온 배를 제사상에 올리는 게 아니겠어요?.. " 왜? 크고 좋은 거 올리지....." 풀이 죽은 듯 말하자, 막내동서가 그러더군요. "제사음식은 정성으로 올리는 거래요. 배는 작아도 형님 마음은 아주 크시잖아요.." 갑자기 눈물이 핑 돌면서 가슴이 따뜻해졌습니다. 이런 게 사람 사는 거 아닐까요?............. 우리에게도 언젠가 따스한 봄날이 오겠죠... 오늘 참여해주신 정읍 연지동 신주경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