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초등학교 5학년인 둘째 아들 재민이의 열두 번째 생일이었습니다.
모처럼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외식이라도 할 계획으로 조금 일찍 퇴근했죠.
그런데 집에 들어와 보니, 아들 둘은 식탁에서 시무룩하게 미역국 하나에
저녁식사를 하고 있고... 아내는 머리 싸 메고 안방에 누워 있는 게 아니겠어요?
순간 집안 공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죠.
그래서 사 들고 온 케익을 내려놓고 지금이라도 오붓하게
나가자고 했더니, 아내는 둘째 아이를 가리키며 큰소리로
"저 녀석 커서 뭐가 되려나..!!" 하더군요..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어 아들에게 물어보니..
재민이가 학원에서 반 편성고사 시험을 치렀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우수반이 아닌 일반반에 편성됐다는 것이었죠..
그 전 시험 성적으로는 우수반이 가능했던 모양인데..하필 결정적인 시험에서
실수를 많이 했던 모양이더군요..더욱이 몇몇 친하게 지내는 또래 아이들은
모두 우수반으로 편성이 된 지라..아내의 실망이 더욱 컸던 거죠..
그 마음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생일날 이렇게까지 해야겠나 싶어
아내에게 한마디한다는 게....서로간의 언성이 높아지고, 결국 부부싸움만 하게 됐죠.
1년에 딱 한 번뿐인 생일날....그까짓 시험 성적이 다 뭐라고..아이 기죽이는 아내가 미웠고,
외식은커녕, 케잌에 불붙이고 축하파티도 못 해줘 아들에게 너무 미안했죠.
그래서 지금이라도 제대로 못해준 아들 생일 축하를 해 주렵니다.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바른 인성이고,
또 밝은 마음을 가지는 거란 걸 알아줬음 좋겠네요..
오늘 참여해주신
군산 문화동 배정환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