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7일 방송분

어제는 제 스물 여덟 번째 생일이었습니다.. 다음달 결혼을 앞두고 집에서 보내는 마지막 생일이기도 했는데.. 정말 잊을 수 없는 특별한 날이 됐죠.. 3남매 중 둘째였던 저는 늘 손해 보는 게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빠나 동생을 위해 원하는 대학에도 진학하지 못했고, 늘 포기해야만 하는 게 많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상대적으로 저를 여왕처럼 대우해주는 남자친구와 빨리 결혼해 집에서 분가할 날만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요즘 부쩍 잦아진 회식..모임, 데이트에 늦어진 귀가.. 생일인 어제도 그랬죠.. 아무 생각 없이 직장 동료들과 어울린 뒤..또 남자친구가 준비한 이벤트를 즐기다 자정이 다 돼 집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꺼져 있을 줄만 알았던 현관에 알록달록한 불빛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푸짐하게 차려진 상을 중심으로 가족들 모두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장남의 의젓함이나 든든함도, 막둥이의 귀여움이나 살가움도 없던.... 어쩌면 손해만 보며 자랐다고 불만투성이었던 이 둘째딸.. 막상 떠난다니 가족들 모두 서운하고, 마음이 아팠던 모양입니다.. 특히, 엄마는 이제 남의 집 식구가 돼 버린다고 생각 하니 많이 섭섭하셨답니다.. 그런 엄마..또 가족들 마음도 헤아리지 못한 못난 딸.. 눈물이 대롱대롱 맺혀있는 엄마를 보니, 아무리 무뚝뚝한 저라도 참을 수 가 없더군요.. 엄마를 따라 우는 저를 보며 온가족이 눈물을 훔쳤죠.. 죄송함이 서려있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사랑 받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느낀 행복의 눈물이기도 했습니다. 저를 그 시간까지 기다려준 모든 가족과 함께 했던 순간... 절대...잊을 수가 없을 겁니다..가족들이 지켜봐주는 만큼, 행복하게 잘 살거라 다짐해 봅니다.. 오늘 참여해주신 정읍 연지동 이재연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