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방송분

1999년 3월, 아내와 결혼하면서 인연을 맺게 된 장인어른은 벼농사를 지으셨습니다. 당신 땅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셨기에 늘 만족한 수확의 기쁨을 누리셨죠.. 모내기나 수확 철에는 일손을 곧잘 거들어 드리곤 했는데요. 칠순을 바라보는 장인어른은 쉴 참에 막걸리 한잔을 따라주시며 “휴일에 쉬지도 못하고, 일해서 어쩌나.”하며 미안해하시곤 했죠. 가을 추수가 끝나면 꼭 “햅쌀을 갖다 먹으라”며 성화를 하셨구요... 덕분에 우리는 늘 아버지의 땀이 서려있는 맛좋은 쌀을 걱정 없이 먹어왔죠. 가끔 그 명목으로 용돈이라도 드릴라치면 줄게 쌀 밖에 없다며...한사코 거절하셨습니다.. 그런데..얼마 전부터 눈이 침침하시다는 아버지.. 그 전에도 안과 치료를 좀 받으셨는데요..별 효과가 없어 이참에 전문적인 진찰을 받게 되신거죠.. 동행한 아내에게 검사 결과를 물었습니다.. 아버지가 옆에 계신지 당황한 듯..나중에 얘기하자며 전화를 끊는 아내.. 이상이 있음을 직감했죠.. 집에 돌아온 아내는 시기를 놓쳐, 이젠 수술을 해도 앞을 아예 못 보시게 될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그 경황에도 아버지께서 쌀 한 자루를 실어주셨다며.. 묵직한 자루를 거실에 내려놓는데..아내가 울먹이더군요.. 아직도 농사를 천직으로 여기며..자식들 쌀 한 가마니씩 주시는 걸 낙으로 삼는 아버지.. 당신도 뭔가를 예감하고 계신지 앞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되면 어떡하느냐며.. 오직 자식들 줄 쌀만 걱정하시더군요. “너무 걱정 마...수술이 잘 되면 예전처럼 잘 보실 수 있을 거야...” 하며 아내의 등을 토닥여줄 수밖에 없었죠.. 부디, 오래오래 밝은 세상을 보시길.. 곧 수술하실 장인어른께 이 사위의 간절한 마음을 전해봅니다. 오늘 참여하신 군산 문화동 정진훈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