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일 방송분

물리치료사 경력 10년 차... 대학 졸업 후, 두 어 번 병원을 옮기긴 했으나.. 10년 중 절반이 넘는 시간을 지금의 이 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불리며 일해왔죠. 중간에 한 번씩 일이 힘들 때면 그만 둘까 생각도 해보곤 했는데요.. 그런데..이제 정말 그 시기가 온 것 같네요... 아일 가졌는데..좀 노산이다 보니, 주위에서 걱정이 많은 편이죠... 그래서 이제 당분간 일을 좀 쉴 예정입니다.. 막상 그만 두려니..시원할 줄만 알았는데..그렇지만은 않네요.. 문득, 물리치료사 초보시절이 떠오릅니다. 환자를 대하는 것이 무서울 정도로 미숙했던 시절.. 흰 가운은 너무도 어색했죠..뜨거운 물에 손을 데이기도 여러 번... 자주 마주치는 환자들과 끈끈한 정도 느끼고, 또 때론 소소한 마찰을 빚기도 했죠.. 어떤 날은 척추 교정치료를 하다, 제가 허리를 삐끗했던 적도 있습니다.. 아직도 생생한 그 기억들...때론 아찔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뿌듯했던 건.. 제가 해 준 치료를 받고 기분좋게 병원 문을 나서는 어르신들의 뒷모습을 보는 것이었죠. 물리치료는 단지 몸의 불편한 부분을 풀어주는 역할만 한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 사람의 심적인 고통이나 고민도 들어주고 헤아려 줄줄 알아야 진정한 치료사가 아닐까 생각하는데요..가끔 환자가 자신의 심적 고통을 토로할 때....그것을 들어주기만 했는데도 증상이 놀랍게 호전 됐던 경우.. 더욱 절실히 느끼곤 했죠. 하루라도 안보이면 서운해하며 나를 찾는 환자들... 바로 나라는 존재를 알게 해주시는 분들이죠. 그래서 지금의 위치, 이 자리가 감사할 따름인데요. 다시 이 자리로 복귀할 그 날을 위해, 잘 쉬고 올거라 다짐해봅니다... 전주 평화동 정인애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