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연휴였지만 다행히 시댁과 멀지 않은 친정에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TV위에 왠 약병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더군요.
"이게 뭐예요?" 엄마에게 여쭤보니, 또 이 딸을 주려 사셨다더군요.
순간 화가 났습니다..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엄마 또 장에서 약장수한테 산 거예요?
이런 건 소용없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엄마 약장수 말은 그렇게 잘 들으면서, 왜 딸내미 말은 왜 그렇게 안 듣는데..." 하며
소리를 지르고 말았죠....
그럼에도 가방에 자꾸 약병을 밀어 넣으시려는 것을
"안 가져간다구요!" 한사코 엄마 손을 뿌리쳤습니다...
사실 제가 아이 낳은 후부터 허리가 많이 안 좋아졌거든요..
밤새 허리 통증 때문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였는데..
그걸 아시고 난 후부터, 엄마는 제 약을 사 모으고 계십니다..
이제 다 낳았다고 거짓말을 해보기도 하고,
약장수 약 한번만 더 사면 이제 엄마얼굴 안 볼 거라 엄포도 놓아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용돈도 많이 못 드리는게 늘 마음에 걸렸는데, 그 돈을 모아
시집간 딸내미, 허리에 좋다는 약을 사 모은 다는 게 속이 상했죠..
편치 않은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방을 열어보니, 언제 넣어두셨는지
약병 두 개가 검은 봉지에 싸여 있더군요..
메모지엔, 삐뚤 빼뚤 엄마의 필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시는 약 안 살께. 이건 정말 좋다니까 버리지 말고 꼭 먹어라... 에미 소원이다......"
앞에서는 그렇게 모진 말 다 내뱉어 놓고,
엄마의 두 줄 메모 앞에 어느덧 약 하나를 입에 물었습니다.
험난하고 넓은 이 세상 살아가는 동안, 이처럼 오직 나만 생각해주는 사람이 또 있을까?
바로, 잘못했다고 전화를 드렸죠..나의 영원한 지지자..엄마..! 오래 오래 사셔야해요..~!!
오늘 참여해주신
전주 덕진동 임은미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