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같은 명절이면 직장특성상 더욱 바쁜 날을 보내게 되는데...
이번 설날에도 저는 출근을 하더군요. 그래서 맏며느리인 아내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인데요..
엊그제는 설음식목록을 준비하던 아내가 갑자기 눈물을 보이더군요.
돌아가신 장인어르신이 보고싶다면서 말이죠.
하긴 저도 설이 다가오니 돌아가신 장인어르신이 그리워지네요.
결혼 전에는 저를 달가워하지 않으셨던 아버님..
그런데..어느 순간부터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게 됐고,
이후 저를 큰아들로 여기며 집안의 모든 일을 상의하실 정도로 신뢰하셨죠.
약주를 유난히 즐기는 아버지셨기에, 제가 처가에 갈 때면 무척 좋아하셨구요.
안주상도 사위가 함께 해야 대접받는다며..우스개 소릴 하시곤 했습니다..
최서방이라는 호칭대신 "상국아~"하고 부르시던 아버지께서
몇 해 전..설 명절을 앞두고 전화를 해 말씀하셨습니다. "상국아, 우리 좋은 것 먹자.
너 좋아하는 것 준비해 놓고 기다린다..."
그렇지 않아도 손자 만날 마음에 기다리고 계실 장인 장모님을 생각하며
부지런히 처가로 향했는데요..
마을에서 소를 잡았는데..제가 좋아하는 육회를 준비하고 기다리셨던 거죠.
소 앞다리를 통째로 사오셨다는데, 장모님은 기름진 부위만 몽땅 들고 왔다며
핀잔을 주셨습니다..하지만 아버지는 그저 웃음으로 넘기실 뿐이었죠....
친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제게, 마음의 의지가 되고 고향이 되어주셨던 장인어른..
그 설을 마지막으로 아버지는 우리 곁을 떠나셨죠.
"그 해 먹은 생고기보다 더 맛있는 고기는 먹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아버지와 함께 마주앉아 정담을 나눴던 그 시간들 정말 그립습니다.
이번 설에는 혼자계신 장모님께 좀더 일찍 찾아가 허전한 마음 달래드려야겠네요..
오늘 참여해주신
전주 평화동 최상국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