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사무실에서 잘 아는 분이 저에게 "이거 내가 직접 농사지은 거야, 끝내주게 달고 맛있으니까 한번 먹어봐"하면서 먹음직스런 딸기 한박스를 주시는 겁니다. 그걸 보는 순간 5살,3살배기 우리 애들이 얼마나 맛있게 먹을까! 라고 생각하니 미소가 절로 나더라구요.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퇴근시간만 기다리다 딸기를 차에 싣고 퇴근하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퇴근길에 친정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일전에 제가 맡겨둔 옷 수선이 다 되었다며 가져가라는 겁니다. 그렇게 친정에 들르게 되자, 문득 엄마가 내 차에 실어놓은 딸기를 보면 어떡하지, 딸기를 달라고 하면 어떡하지 등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딸기를 차량 내 귀퉁이에 보이지 않게 숨겨 두었습니다. 그런데 차문을 열고 제 옷을 가지런히 놓던 엄마가 "웬 단내냐?" 하고 묻는 겁니다. 순간 어쩔 수 없이 딸기를 내어 윗쪽에 있는 딸기 서너개를 집어서 엄마에게 건네며, "엄마 딸기 하나 드세요" 하면서 드렸는데, 그 순간에도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위에 크고 맛있는 딸기가 있는데 저거 우리 애들 줘야 하는데..'라고요. 그렇게 집으로 와서는 예상대로 아이들과 맛있게 딸기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엄마에게 딸기를 숨기려 하다가 들키자 서너개를 내키지 않게 드리고 온 것이 마음에 걸려 늦은 저녁 엄마에게 전화를 하여 "엄마, 딸기 드셨어요? 맛있지요? 담에 한박스 사드릴께요"라고 했더니 엄마가 하는 말 "아, 그거 워낙 맛있게 생겼길래 니 오빠 퇴근시간 될때까지 기다렸다가 오빠 맛보라고 줬다" 그 순간 머리가 아찔하고, 가슴이 찡했습니다.딸기 하나도 제대로 맛보지 못하고 손으로 조물거리다 오빠에게 주었다는 그 말이, 저를 얼마나 작아지게 만들던지요..이번 설에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딸기를 사서 친정을 방문할 계획입니다. 저 정말 못된 딸이죠?
익산 어양동 017-484-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