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 방송분

도심에서 벗어나 한적한 시골로 이사온 지 어언 한 달.... 생활환경이 바뀌어서인지 아직도 낯설게만 느껴지는 이곳.... 조금은 더 짙은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이유인지 모르겠네요... 남편은 이사온 집도 제대로 돌아볼 새 없이...몇 달 째, 머나먼 부산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겨우 한 달에 한번 보기도 힘이 들 정도이죠.. 온 세상에 캐럴이 울려 퍼지던 날에도, 제야의 종이 울리던 날에도... 방안의 정적과 싸워야 했고...그 고요함이 싫어 "여보, 언제와......" 하며 투정을 부리곤 했습니다. 투정을 부리면 부릴수록 남편이 타지에서 더 힘들거란 걸 알면서도 어린애처럼 응석부리고 싶은 마음..자신이 한심스럽게도 느껴졌죠.. 그런데...엊그제 제 이름으로 소포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저 멀리 부산에서 남편이 보낸 것이었죠. 열어보니 그건 네모난 모양의 초콜릿....하나하나 다시 포장을 해서 보냈더군요.. '발렌타인데이라고 보냈나? 그래도 포장이 다 되어 있는걸 왜 또 포장했지?' 의아스러운 제 눈에 띈 초콜릿 포장지...그 사이로 낯익은 남편의 필체가 보였습니다. "일 끝나고 숙소에 들어와 창 밖을 보니 야경이 참 좋네~ 다음에는 꼭 우리 함께, 이 광경을 봅시다" 이런 메모가 있더군요.. 다른 포장지를 열어보니, "울 아들 곧 졸업인데... 아빠 없는 빈자리 서운하지 않게 당신이 잘 매워 줘야해..." 남편은 그렇게 초콜릿 하나하나에 자신의 감정을 담아 다시 포장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공허함을 달래고자...아니, 나의 외로움을 달래주고자....힘든 가운데서도 집이 그리 울 때면 하나씩 사연을 담아 포장을 했다던 남편..그 마음을 생각하며... 남편의 손길이 묻은 초콜릿 포장지를 한참동안 만지작거리다 새벽녘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곧 시작될 명절 연휴....이제 남편이 돌아올텐데요..제 체온을 실어 말없이 꼭 안아주렵니다. 오늘 참여해주신 완주 삼례 장경선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