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2일 방송분

딸아이 졸업을 앞두고 있으니.. 15여년 전, 제 고등학교 졸업식이 떠오르네요... 사진이 한 장도 남아있지 않은 너무도 쓸쓸하고 청승맞았던 졸업식.. 식 당일, 일주일 전부터 저와 단짝 친구들 넷은 약속을 했습니다.. 그 날은 부모님이나 가족들 오시지 말게 하고, 졸업식이 끝나면 친구들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고 했죠. 행복한 상상을 하며 계획까지 짰답니다.. 누구는 카메라 가져오고 다들 회비 또한 얼마씩 준비해 오기로 했죠... 평소에 약속이라면 칼(?)같이 지키는 저로서는 오신다는 부모님을 끝까지 만류하고 화까지 냈습니다.. 졸업식 당일 복장은 한복이었죠. 어색했지만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졸업식장으로 향했습니다.. 강당에서 졸업식을 치르고, 끝으로 교실에서 담임선생님께 졸업장을 받는 순서가 남았는데요... 이럴 수가~ 교실 뒤편에선 철썩 같이 모시고 오지 말자는 친구들의 부모님들이 눈에 띄는 게 아니겠어요~!! 졸업장을 받을 때마다 각자 부모님들.. 카메라 후레쉬 터트리고, 힘찬 박수까지.. 배신당했다는 기분과 함께 가슴속에서 뭔가가 울컥 올라왔죠... 전 울먹이는 목소리로 친구들에게... "너희들 왜 약속 안 지키고 부모님 모시고 왔어?....." "그래도 졸업식인데...그리고 부모님들도 자꾸 오신다구 했고... 근데 너 진짜 부모님 안 모시고 왔어?" 적반하장이라고 어이가 없더군요.. 미안하다며... 사진 찍어주겠다고 함께 하자 했지만... 너무나 큰 배신감과 자존심이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들었죠.. 얄궂은 한복까지 걸쳐 입고 집으로 가야만 하는 제 신세가 너무 처량하게 느껴져 눈물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집으로 오는 내내 혼자 훌쩍이며, 걸어왔던 고등학교 졸업식 기억.. 지금은 하나의 추억으로 남았지만...사진이 한 장도 없다는 건 너무나 후회스러운 일이 됐죠.. 집에 도착해 엄마를 붙들고 울며불며 하소연했더니...자장면 한 그릇으로 저를 위로해 주셨는데요..~ 그땐 제가 너무 순진했던 걸까요? 오늘 참여해주신 익산 영등동 이희숙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