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일 방송분

친정어머니는 회갑이 넘으셨습니다.. 힘든 생활에 자식을 키우며 사셨던 분이라 화장품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었지만, 철없는 저는 신경을 쓰지 않았죠. 사회생활을 하면서 첫 월급 받아 사드린 기초화장품을 5년도 넘게 쓰는 모습을 보면서, 그저 엄마는 화장하는 것을 싫어하시는구나 했었죠. 하긴 거의 하루 내내 흙을 만지고 일하는 분이었기에, 무슨 화장품이 필요할까 싶기도 했죠... 가끔 제가 바르는 화장품을 궁금해 하시길래, "필요한 거 있으면 말씀하세요. 뭐 사드릴까요?" 하지만 그때마다.. "그럴 돈 있으면 그냥 돈으로 줘.."하시기에 정말 화장품에는 관심이 없으신 줄로만 알았죠. 그런데 며칠 전 저희 집에 들른 엄마.. 화장을 하고 오셨더군요. 그동안 기초화장만 하시는게 전부였는데..입술에 고운 립스틱도 바르고 볼에 뽀얗게 분도 칠하셨더라구요... "엄마, 얼굴이 왜 그래요? 화장하셨어요?" "으 응....괜찮아? 이것도 해 본 사람이 잘 하는거지..내가 하니, 영 어색하고 그러네.." 물론 처음에는 화장을 한 엄마의 얼굴이 낯설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순간, 제가 처음 화장을 하며 설레이고 즐거워하던 모습 떠올랐죠.. 날씨도 좋은데, 화색도 없어 보이는 게.. 왠지 맨 얼굴로 나오기 싫어 화장을 하셨다는 엄마.. 놀라는 제 모습에 민망하셨던지..자꾸만 이유를 대시더군요.. 여자는 나이가 들어도 여자라 했는데.. 분명 엄마도 예쁘고, 곱다..라는 말을 듣고 싶으셨을겁니다... 그저 됐다며... 그 돈 있으면 차라리 그냥 달라는 말씀에 돈 몇 푼 드리는 것으로 할 도리 다 하는거라 생각했는데.. 몇 년이 지나 혹 상했을지도 모를 화장품을 바르고, 또 혼자서 립스틱을 사셨을 엄마.. 이 나이에도 왜, 난 철이 없나 싶은게 마음이 아팠습니다. 즉시, 엄마를 이끌 듯 모시고 화장품가게로 향했습니다. 스킨, 로션을 포함해 파운데이션까지 사드렸죠.. 엄마는 눈이 휘둥그래져 뭘 그리 사느냐며 됐다 하셨지만, 그 성화를 뒤로 하고 샘플까지 얻어왔습니다..집에 돌아오자마자 이것저것 발라보며 어린아이처럼 마냥 즐거워하시더군요. 이래서 딸이 좋은가보다..라며 고마움도 표시하셨습니다.. 오랜만에 행복한 미소짓는 엄마 얼굴이 너무도 좋아보였습니다. 오늘 참여해주신 군산 문화동 오경주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