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명치끝이 답답하고 메슥거리는게 영 좋지 않았습니다.
소화제를 먹었는데도, 며칠 전부터는 머리까지 지끈거리는게 영 심상치가 않았죠..
병원에서는 위 내시경을 권하더군요..별 이상 있겠나 싶으면서도 찜찜한게 마음에 걸려
검사예약을 했습니다..
보통 내시경은 검사 당일 전날부터 금식해야 하잖아요..처음 하는 건 아니었지만,
일단 겁도 나고..혹 좋지 않다는 진단이라도 받게 되면 또 어쩌나 괜한 걱정이 됐죠..
그 날, 퇴근한 남편..차려놓은 저녁상 보며 함께 먹자는 얘기 한마디 없이 혼자 꾸역꾸역
잘도 먹더군요..좀 얄미운 생각에 한마디 쏘아붙이고는
"나, 내일 내시경 하는데..금식해야 돼.."했죠..
그런데 그 말에도 별 반응이 없더군요..어쩜 그리 맛있게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던지요..
식사를 다 하고 난 후, 남편의 이어지는 주문..커피 달라, 과일 달라...
놀리는 것도 아니고, 제가 평소 좋아하는 것들만 나열해 찾더군요..
게다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TV삼매경에 빠져있는데..옆에서 쫄쫄 굶고 있는 마누라 걱정은
안중에도 없는 듯 했죠..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고, 겨우 억지로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날...갑상선 검사가 예약돼 있는 동서와 병원으로 가는 길에 각자 남편의 흉을 봤습니다..
병원에 잘 다녀오라는 당부 인사도 없었다..아프면 내 몸만 서러운 거 아니냐..등등
서로 푸념이 이어지는데, 그때 동서의 휴대전화가 울렸습니다..
어렴풋이 시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죠..
"검사 잘 받구~! 나.. 당신 없으면 못 사는 거 알지? 아프지마~"
옆에서 듣고 있자니...민망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순간, 전화 한 통 없는 남편이 떠올라 속이 상했습니다...
그렇게 수면내시경을 마치고 얼떨떨한 정신으로 집에와 누워있는데..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나더군요. 결혼해서 20년 넘게 한 이불 덮고 살았는데...정말 헛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래서 이불 뒤집어쓰고 훌쩍거렸죠...
'자기가 아프면 내가 얼마나 신경 써 줬는데...죽을 써 달라는 것도 아니고....
말 한 마디...따뜻하게 못해주나.....!!'
이번엔 제대로 바가지 한 번 긁어보려 하는데....제가 괜히 오버하는 건 아니겠죠~!!.....
오늘 참여해주신
전주 서신동 김경화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