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생일을 앞두고, 결혼 후, 처음 맞이했던 작년 생일이 떠오르네요.
생일 전날 밤 신랑에게 미역국 끓이는 법을 알려주며 다음날 아침 꼭~~
어떤 특별한 선물보다 맛있는 미역국을 끓여달라고 신신당부를 했죠.
그런데 하필이면 늦잠을 잔 신랑...
미역국은커녕 왜 늦게 깨웠냐며, 버럭 신경질을 부리곤 출근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어찌나 화가 나던지요 ...출근하고 안정을 되찾은 신랑은 좀 미안했던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전화를 했지만, 이미 마음이 상한 저는 쉬이 화가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무심한 하루가 갔고, 신랑이 퇴근하게 됐죠. 그런데 아침의 일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신랑은 부엌에서 땀을 흘리며 뭔가를 열심히 하더군요.
미역국과 함께 제가 좋아하는 팥밥...멸치를 넣은 햄, 볶음반찬 두어가지도 완성해놨습니다..
정말 그럴 듯 해 보였습니다.
밥은 윤기가 흘렀고, 소고기 국도 그럴듯한 냄새가 솔솔 퍼져가는데...
한마디로 그림의 떡이었죠.
그때까지도 뾰로통해있다 풀어지려니 왠지 손해보는 것 같아서 계속 화난 척 하고 있었죠.
"먹어봐! 진짜 끝내주게 맛있네~~" 미안한 듯 환하게 웃으며 제 앞으로 미역국을 건네줬는데요...
"됐어!" 하며 슬쩍 밀친다는게, 힘 조절을 잘못해서인지 국 대접은 식탁 밑으로 떨어졌고,
깜짝 놀라 허둥대느라 밥그릇에 물 컵까지 와장창~~
이미 엎어진 국그릇, 주어 담을 수 없는 일이었죠..
신랑은, 정성을 그런 식으로 무시하느냐며 노발대발했고...
저는 또 실수로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렇게 화를 내느냐며..적반하장 소리지르고..
결혼 후 처음 맞았던 제 생일은 그렇게 화끈한 부부싸움으로 마무리됐죠.
그러다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어 신랑이 차려놓은 밥 먹게 됐는데요...
우선 밥은 불리지 않은 팥이 돌덩이가 되어 부실한 제 이로는 씹을 수가 없었고,
멸치를 넣은 햄 볶음은 물엿을 너무 많이 부어 떨어질 생각을 안 해 떼 먹기가 힘들었습니다...
미역국은 어땠냐구요? 조선간장을 넣지 않아 달달하니 ...국 역시 목구멍에서
넘어가지 않더라구요. 하지만 신랑의 그 정성이 기특해, 맛있게 먹어줬답니다.
동갑내기라 그런지 유난히 다툼이 많은 우리 부부..올해도 기대하고 있으라는데..또 어떤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네요...좌충우돌, 티격태격..그래도 이게 살아가는 재미겠죠?
오늘 참여해주신
전주시 평화동 임지연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