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6일 방송분

"아빠 시원하죠?" "... 어.. 시원하기도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또 말끝이 흐려지시는 아빠... "아빠도 참, 그냥 시원하다고.. 호탕하게 말씀하시지 않구선..애쓰셨어요 아빠... 감사해요.." "...... 고맙긴... 아빠가 고맙지.." 또 눈물이 납니다.. 밤이면, 우리 삼남매를 양쪽 팔에 눕혀놓고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에.. "로 시작하며 모두가 잠들 때까지 옛이야기를 들려주시던.. 봄이면 모두 예쁜 옷 입고 사진관 찾아가 가족사진도 찍고.. 딸기밭이며 수박밭.. 여기저기 직접 우리를 데리고 다니시던...내 아빠... 그런 아빠가 어느 날, 보도 듣도 못한 파킨슨이라는 병으로 쓰러지셨을 때, 그리고 그 병과 함께 우리 집에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왔을 때,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너무 힘이 들었죠. 제때 물을 안 줘도 잘 자라기만 하던 집안의 화초들이 하나씩 죽어가고, 꽃과 함께 우리의 웃음도 사라져갔죠. 아빠는 점차 다른 사람처럼 변해갔고... 말수가 줄어드는 대신 노여움과 화가 늘어나셨습니다. 엄마에게도, 그리고 그리 귀여워하시던 우리들에게도 아빠는 자주 큰소리를 내셨고, 저는 그런 아빠가 점점 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빠의 아픔은 다가오지 않았고, 그저 병 때문에 생긴 가족의 불행만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두 번째 뇌수술을 하시던 날, 수술을 하기 위해 마취도 않은 채 머리를 쇠로 고정시켰는데 그 쇠 여러 개가 아빠의 머리 속을 파고들어, 파르르 깎은 머리를 타고 선홍빛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는 것을 봤습니다.. 그 모습에 너무 마음이 아팠죠... 수술을 받으시는 동안 얼마나 울었던지..다시 아빠를 우리 품으로 돌려주시기만 한다면.. 정말 잘하겠노라고...간절히 기도했죠.. 그리고 다행히 아빠는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오셨습니다... 요즘도 2,3일에 한번씩 병원을 찾아야하지만..큰 탈 없이 3남매 모두 대학 졸업시키고, 결혼까지 시키셨죠..그리고 다시 집안에 화초들이 꽃을 피우면서, 손주들도 하나, 둘 늘어났고 우리 가족들의 웃음꽃도 환히 피게 됐습니다. 그런 아빠의 마지막 출근 날..30년 넘게 고생스레 지켜온 아빠의 공무원 생활이 그렇게 끝이 나신거죠..."참 고생 많으셨다. 우리 아빠....3남매 키우느라..아픈데도 계속 직장 다니시느라..."그동안 당뇨와 파킨슨 병으로 고생 많으셨던 아빠께 진심 어린 축하와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 참여해주신 충남 보령 박성은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