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5일 방송분

시어머니는 아주 부자이십니다..뭐든 풍성하고 넉넉하게 준비해 놓는 걸 좋아하시기에 제가 붙여드린 별칭이죠.. 아직 살림살이가 변변치 못해 근사한 외식 한 번 제대로 못하고, 냉장고 또한 텅텅 비어 있기 일쑤인데..시댁에 가면 다릅니다..늘 다양한 먹을거리로 가득 차 있는 냉장고..냉동실엔 소고기며, 돼지고기, 생선들이 빼곡이 뉠 틈 없이 진열돼 있구요. 냉장실엔 늘 박스 채 사두신 제철과일이며 먹을거리가 풍성하답니다. 그래서 시댁 가는 날이면 배불리 먹고 오죠.. 그리고도 모자라 어머니는 남는 음식들을 우리 차 트렁크에 가득 실어 주시는데요. 좀 죄송한 마음도 들지만, 기어이 챙겨주시는 걸 뿌리칠 수도 없고.. 한편으론 혼자 사시면서 무슨 냉장고를 저렇게 채워놓고 사시나..정말 부자 어머니이시구나 약간은 빈정거리기도 했죠.. 여하튼 시댁에 다녀온 한동안은 너무 잘 먹어 온몸에 윤기가 반지르르 할 정도였습니다.. 뭐든 손 크게 사시는 부자 어머니 덕분에 저흰 너무 행복했습니다..지난번 시댁에 갔을 때도 소고기며 돼지고기..그리고 과일 한 박스까지.... 얼마나 많이 싸왔는지 냉장고가 터질 지경이었죠.. 그런데 얼마 전, 갑작스레 어머니께 연락도 없이 시댁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무척 반가워하셨죠..자식이며 손자 얼굴 보는 게 어머니에겐 그 어떤 선물보다 큰 행복이실테니까요... 그런데 저녁식사 준비를 하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그렇게 텅 빈 어머니 댁 냉장고는 처음이었습니다.. 초라하기 이를 때 없는 데다, 평소 가득 차 있던 냉동실, 냉장실은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겨우 김치통이며 밑반찬 두어가지가 전부였죠.. 어머니가 들어오셔서 그러시더군요. "미리 전화하고 왔으면 좋았을 걸....그러면 고기도 좀 사오고, 먹을 걸 좀 챙겨뒀을텐데.." 그때, 머리를 스쳐가는 생각...'그동안 어머니는 늘 이렇게 초라한 찬으로 식사를 하셨구나...'그런데 자식들이 온다고 하면 쌈지 돈 다 털어 냉장고를 가득 채워놓고 기다리셨던 겁니다..늘 잘 챙겨 먹어야 한다며 아들집에 오실 때도 양손 가득 장을 봐오셔서 냉장고를 빵빵하게 채워주셨는데요. 그때는 단지 어머니 성격상 손이 크고, 냉장고가 가득 채워져 있어야 좋으신가보다..그렇게 무심히 생각했죠. 그런데 정작 자신은 잘 챙겨드시지도 않고, 오직 자식들 먹이려고 하셨던 겁니다...그때, 처음으로 혼자 사시는 어머니가 너무도 안쓰럽게 느껴져..가슴이 저려왔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의 텅 빈 냉장고를 가득 채워드리고 돌아왔습니다. 오늘 참여해 주신 전주 동산동 박금정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