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4일 방송분

벌써 십 년이 훌쩍 지났네요.. 실업계학교를 다니고 있던 저는 고3을 취업준비로 무척 바쁘게 지냈죠. 1,2학년 때.. 열심히 자격증도 따냈고, 공부도 남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했지만 은근히 취업이 걱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운이 좋았는지 서울에 있는 한 기업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죠. 엄마는 합격만 하면 동네 잔치를 벌이신다며 굉장히 좋아하셨습니다. 말로만 듣던 서울에 혼자 올라가는 것이 적잖은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담임 선생님이 상세한 약도를 그려주셔서 쉽게 찾아갈 수 있었죠.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두 번에 걸친 면접, 적성검사..그리고 인성 검사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리고 나서 홀가분하게 집에 돌아와 편안한 마음으로 기말고사를 준비했죠. 물론 어떤 결과가 나올지 무척 궁금했는데..은근히 기대를 가졌던 게 사실이죠. 그런데 기말고사가 끝나는 날..선생님이 조용히 저를 부르셨습니다. 바로 제가 시험에서 낙방했다는 결과를 말씀해주기 위해셨죠... 선생님은 낙심해 할 제가 안쓰러워 그런지..저보다 더 많이 속상해하시더군요.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거라고, 괜찮다며 교무실을 나오는데.. 다리가 후들거리고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취업담당 선생님이 탈락한 이유를 알아보니 다른 건 다 이상 없는데...아버지가 안 계신다는 게 걸렸다는 얘기를 하더랍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돌아가신 아버지가 왜...취업에 문제가 된단 말인지.. 엄마는 그 사실을 알고 한참을 우셨습니다. 엄마를 진정시키려고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속상한 건 저도 마찬가지였죠.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내고, 혼자 어렵게 키우셨는데...그것도 모자라 엄마 가슴에 큰 상처를 드린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후, 다시 찾아온 기회..아버지 안 계신 게 문제되지 않는 괜찮은 금융계 회사에 입사해 지금까지 잘 다니고 있답니다..지금도 가끔 엄마와 그 때 일을 떠올려 봅니다. 가슴아픈 일이었지만, 더욱 세상을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네요. 오늘 참여해주신 익산 신동 지연정씨 감사합니다.